최정달 솔리다임 부사장, FG 구조 경쟁력 강조

삼성·SK하이닉스, CTF 기반 고적층 경쟁

FG, 셀별 전하 저장 공간 분리…QLC 구현 강점

AI 추론 확산에 KV캐시 저장 수요 증가

SK하이닉스, CTF·FG 투트랙 전략 대응

<편집자주>

‘칩칩팹팹(Chip Chip Fab Fab)’​은 AI 시대를 움직이는 반도체 산업을 쉽고 깊이 있게 풀어내는 연재입니다. AI 혁명의 핵심인 ‘칩(Chip)’과 이를 만드는 ‘팹(Fab)’을 잇는 이름으로, ‘칙칙폭폭’ 달리는 기차처럼 반도체 산업의 쉼 없는 진보를 담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기술은 쉽게, 뉴스 이면의 이야기와 산업의 흐름은 깊이 있게 전하며, AI 시대를 이끄는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독자들과 함께 읽어갑니다.

솔리다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본사 모습. [솔리다임 제공]
솔리다임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본사 모습. [솔리다임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완 기자] “솔리다임은 낸드가 단순히 저장 용량을 추가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의 경제성을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밀도 낸드의 지속 가능한 확장, 비트당 원가 경쟁력 유지, 초대규모 AI 인프라의 경제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최정달 솔리다임 낸드개발총괄 부사장)

7일 업계에 따르면 최정달 부사장은 최근 회사 공식 뉴스룸을 통해 AI 추론 시대에 솔리다임의 낸드 개발 방향성에 대해 언급했다.

눈길을 끄는 건 최 부사장이 플로팅 게이트(FG) 방식을 언급한 점이다. 그는 FG 방식이 AI 추론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데이터인 KV(Key-Value)캐시 증가와 대규모 컨텍스트 저장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낸드 개발을 총괄하다가 2025년 솔리다임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 출신인 낸드 개발 전문가인 그는 2016년 SK하이닉스로 이직해 낸드 기술력 강화를 이끌었다. 낸드 영역에서만 30년 넘는 개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정달(왼쪽) 솔리다임 낸드개발총괄 부사장과 브라이언 클리어먼 낸드 개발 공정·통합 부문 총괄. [솔리다임 제공]
최정달(왼쪽) 솔리다임 낸드개발총괄 부사장과 브라이언 클리어먼 낸드 개발 공정·통합 부문 총괄. [솔리다임 제공]

FG는 과거 낸드 시장의 주류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기술 주도권이 CTF(전하트랩플래시) 방식으로 넘어온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고적층 경쟁에 유리한 CTF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솔리다임이 채택하고 있는 FG 기술은 1971년 인텔이 EPROM(소거·프로그래밍 가능한 읽기 전용 메모리)을 선보이며 상용화됐다. EPROM은 플래시 메모리의 시초 격으로 불리는 저장장치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보관하는 낸드는 전자가 저장된 상태에 따라 데이터를 0과 1로 구분한다. FG 구조에선 메모리 셀별로 분리된 도체에 전자를 저장한다. 도체를 절연막으로 감싸 전자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구조다.

하지만 CTF 방식은 다르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얇은 막에 전자를 포획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트랩’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FG보다 구조를 간소화하기 유리하고 셀끼리 간섭을 줄일 수 있어 층을 높이 쌓는데 유리하다.

솔리다임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낸드 업체가 CTF 방식을 주력으로 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6년 CTF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고 이를 기반으로 2013년 3차원 수직구조 낸드 양산에 나설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미국 FMS 2026에서 공개한 400단 이상을 쌓은 10세대 V10 BV-낸드도 이 기술에서 출발한다.

SK하이닉스 역시 CTF를 기반으로 낸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 역시 2020년 176단 낸드를 선보이면서 CTF 기술 전환을 언급했다.

솔리다임은 데이터 보존 특성에 집중해 FG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낸드는 하나의 셀에 몇 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하느냐에 따라 TLC(트리플레벨셀), QLC(쿼드레벨셀) 등으로 구분된다.

솔리다임은 하나의 셀에 4비트를 저장하는 QLC를 핵심 기술로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TLC보다 비트당 저장량이 많은 만큼 단위 면적당 저장 방식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저장 용량이 늘어날 수록 데이터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게 더욱 어려워진다. TLC는 전압을 8개 상태로 구분해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QLC는 16개 상태를 구별해야 한다. 전압 상태 사이 간격이 촘촘해지면서 작은 전하 변화도 데이터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

FG 구조는 셀마다 저장 공간이 분리돼있기 때문에 전하 이동을 억제하는 데 유리하다. 반면 CTF는 얇은 막을 따라 전하가 이동할 우려가 있다. 솔리다임은 이러한 전하 격리 특성이 고밀도 QLC의 데이터 보존성과 안정적인 동작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FG 구조로 2024년 선보인 솔리다임 ‘D5-P5336’ eSSD. [솔리다임 제공]
FG 구조로 2024년 선보인 솔리다임 ‘D5-P5336’ eSSD. [솔리다임 제공]

솔리다임이 2024년 선보인 최대 122TB 대용량 eSSD ‘D5-P5336’도 FG 방식으로 개발됐다. 192단 QLC 낸드를 적용해 읽기 작업이 많은 데이터센터 환경에서 최적화했다. FG 구조가 단순 저장 용량 극대화를 넘어 데이터 보존과 비트당 원가 경쟁력에서도 강점이 있다는 게 솔리다임의 분석이다.

고용량·읽기 중심 스토리지 수요는 향후 에이전트 AI가 더욱 확산될 수록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KV캐시의 요구 공간이 커지면서 전처럼 고대역폭메모리(HBM)나 서버 D램에만 저장하기엔 한계가 있다. 대용량 SSD가 KV캐시와 대규모 컨텍스트 저장공간으로 주목 받으면서 FG 방식의 경제적 가치가 재평가 받고 있다.

다만 데이터 생성과 갱신이 빈번한 작업에서는 쓰기 속도와 내구성이 높은 TLC SSD가 적합할 수 있다. 이에 솔리다임은 높은 쓰기 성능과 내구성이 필요한 작업에는 TLC를 활용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솔리다임은 과거 인텔 낸드사업부 시절부터 FG 구조를 유지해왔다.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손자회사로 품고 있는 지금까지도 주력 고용량 QLC 제품에서는 CTF로 전환하지 않고 FG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셈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CTF 구조로 고적층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 CTF 기반 321단 QLC 기술을 적용한 클라이언트 SSD ‘PQC21’의 공급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CTF와 FG 구조를 병행해 AI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수요에 폭넓게 대응하고 있다. 이같은 투트랙 전략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강점으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의 CTF 기반 TLC는 고성능·혼합 작업 시장에 활용하고 솔리다임의 FG 기반 QLC는 고용량·읽기 중심 시장을 타깃으로 한다.

브라이언 클리어먼 솔리다임 낸드 개발 공정·통합 부문 총괄은 “솔리다임의 플로팅 게이트 아키텍처는 AI 추론에 특히 적합하다”며 “업계 최고 수준의 읽기 특성과 확장 가능한 저장 밀도, 예측 가능한 동작 특성을 결합해 스토리지가 AI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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