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84년 첫 방송, 지금까지 500여명의 제작진이 거쳐갔다. 드라마를 함께 한 배우들은 150여명. 이제 ‘드라마스페셜’은 국내 유일의 단막극이 됐다.
KBS2 ‘드라마스페셜’은 25일 시작, 총 10편의 참신한 소재의 드라마로 10주간 안방을 찾아간다. “역량있는 신인작가와 PD를 발굴”(정성효 KBS 드라마센터장)해 획일화된 드라마 시장의 다양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방송3사 드라마 PD들은 “단막극은 드라마 시장의 R&D”라며 입을 모아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위기는 해마다 찾아온다.
단막극의 위기는 지난 2008년 4월 KBS가 봄 개편으로 방송3사 유일한 단막극인 ‘드라마시티’을 폐지하며 시작됐다. 작가, PD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노희경 송지나 김은숙 최완규 홍미란 홍정은을 포함 드라마 작가 57명은 성명을 통해 “시장 논리의 황금 올가미로 단 하나 남은 단막극의 목을 졸라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며 “단막극을 죽이면서 연속극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씨앗은 뿌리지 않고 수확만을 거두겠다는 투기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2010년 5월이 돼서야 지금의 ‘드라마스페셜’이 가까스로 부활했다. 하지만 해마다 쉽지 않은 상황을 만난다. 예산 편성 시즌이 되면 ‘드라마스페셜’은 매번 ‘미운오리새끼’다. 투자 대비 수익성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엔 1년에 15편을 제작했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줄었다. 총 10편만 제작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드라마스페셜’ 팀은 ‘협상’을 거듭하지만, 결국 5편이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BS 관계자는 “예산을 책정하던 당시 스타작가들의 작품으로 인해 ‘드라마스페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KBS에선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 이경희 작가의 ‘함부로 애틋하게’가 방송됐다.
경영진의 입장에선 광고와 협찬을 통한 수익성이 나지 않는 단막극은 ‘천덕꾸러기’에 불과하다. 그 결과 ‘널뛰기 편성’으로 이 곳 저 곳을 떠돈다. 아무리 본방사수 시대가 아니라고 하나, 고정시간대도 없는 데다 일요일 밤 자정에 가까운 늦은 시간대 방송을 광고주는 선호할리 없다. 방송국의 수익은 협찬과 시청률로 인한 광고인데, 단막극의 경우 짧은 방영회차에, 늦은밤 편성이라 투자 대비 수익이 나지 않는다.
2014년까지도 ‘드라마스페셜’의 회당 제작비는 고작 7000~8000만원이었다. 한 드라마국 관계자는 “10년째 변함없는 수준이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제작비가 조금 올라 1억원대로 상승했다. “전파진흥원을 통한 협찬”(지병현 KBS ‘드라마스페셜’ 팀장) 덕분이다. 올해 ‘드라마스페셜’은 이 협찬을 받기 위해 전편 UHD로 제작됐다. 총 10편 중 9편의 작품이 사전제작으로 작업을 마친 이유다. UHD 콘텐츠는 후반작업에 워낙에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드라마스페셜’ 팀이 어떻게든 단막극을 살려보겠다며 직접 발로 뛴 결과다. 도리어 콘텐츠진흥원이 드라마 시장의 근간이 되는 작품 대신 대작으로만 투자를 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제작비 확보 등이) 잘 되는 ‘태양의 후예’나 ‘함부로 애틋하게’와 같은 대작에 지원을 하고, 정작 지원이 필요한 것들은 외면하고 있다”(윤석진 교수)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전파진흥원의 지원으로 제작비가 올랐다고 하나 이 역시 미니시리즈 의 5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미니시리즈의 회당 제작비는 4~5억에 달한다. 그럼에도 경영진의 입장에선 수익 창출이 없는 단막극은 ‘눈엣가시’다.
한 드라마국 관계자는 “미니시리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로 좋은 작품을 발굴하고 있는데도 드라마를 돈 버는 상품으로 인식하는 입장에선 그 제작비마저 아까운 것”이라고 말했다. “돈이 안 되는 드라마”는 상품 가치가 없다는 경영논리, 임기 동안의 성과를 내기 위한 ‘경영 마인드’가 단막극의 위기를 불러왔고, 획일화된 드라마 시장에서 발굴할 수 있는 참신한 기획들의 싹을 잘라버리는 모양새가 됐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는 “영상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투자는 하지 않고 수익만 거두려고 하는 것을 과연 비지니스로 볼 수 있겠나. 자본 논리를 내세우며 단막극을 내모는데, 더 나은 수익을 거두려면 투자가 바탕이 돼야 한다”라며 “당장의 성과를 위한 근시안적 접근이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2008년 ‘드라마시티’가 폐지됐을 당시 작가들의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드라마작가들은 성명을 통해 “드라마의 문화를 꽃피우려면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의 기본이 단막극 육성”이라며 ”돈은 되지 않으나, 향후의 방송 발전을 위해 꼭 있어야 할 프로그램의 토양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수년째 반복된 해묵은 논란이라는 이야기다.
윤석진 교수는 이에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래투자를 위해 높은 가치를 창출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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