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AI 인프라 포트폴리오 강화
그룹 자본 결합해 독자적 ‘1조 투자 플랫폼’ 구축 나서
공급망 펀드부터 ‘하이브리드’ 펀드까지 분주한 펀딩
누군가는 사고, 누군가는 팔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음 투자를 위한 실탄을 채웁니다. 같은 인수·합병(M&A) 시장을 뛰더라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전략과 성과는 제각각입니다. [하우스리뷰]는 주요 운용사들이 올해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결실을 거뒀는지, 그리고 이제는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까이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는 올해 우수한 자금 조달력과 정교한 구조화 역량을 앞세워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 내 입지를 다졌다.
조 단위 메가딜인 SK 에너지 인프라 거래를 성사시키며 누적 운용자산(AUM) 6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나아가 1조원대 독자 실물 인프라 투자 플랫폼 구축을 비롯해, 핵심광물 공급망 정책 펀드와 연계 프로젝트 펀드, 스페셜시츄에이션 하이브리드 펀드 조성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된 펀딩 레이스를 전개하며 대체투자 영토 확장을 위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올해 M&A 시장 포문 연 1.6조 빅딜
올해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조 단위 빅딜 주인공은 한투PE였다. 한투PE는 SK그룹 자산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SK멀티유틸리티(SK엠유)·울산GPS 소수지분 인수를 지난 6월 말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총 규모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거래로, 딜 가뭄 속에서 단비처럼 터진 소식이었다.
해당 거래는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됐다. SK케미칼의 열병합발전 자회사 SK엠유 지분 49%와 SK가스의 복합발전 자회사 울산GPS 지분 49%를 각각 인수하는 구조다.
컨소시엄은 치열한 본입찰 경쟁을 뚫고 올해 1월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른 지 5개월 만에 딜 클로징(거래 종결)을 이뤄내며 빠른 추진력을 입증했다. 신속한 거래 완주의 일등공신으로는 그룹 차원의 막강한 자금 조달력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금융을 든든히 뒷받침하면서 거래 완결성을 높였다.
업계에선 한투PE가 이번 거래를 통해 고성장 분야인 에너지·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SK온과 한화에너지에 이어 올해 SK 에너지 인프라 딜까지 조 단위 빅딜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독보적인 딜 집행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품은 SK엠유와 울산GPS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담당할 핵심 자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기업의 전략적 니즈에 맞춘 한투PE의 정교한 구조화 역량이 빛을 발하며 하우스 체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PEF 맞설 ‘토종 대항마’ 준비
SK 에너지 인프라 딜 성공을 발판 삼아, 한투PE는 최근 실물 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투자 플랫폼 구축에도 나섰다. SK엠유·울산GPS 인수와 같은 AI 인프라 분야의 투자를 한층 대담하게 펼쳐나가고, 향후 차세대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한투PE는 1조원 규모의 실탄을 장전할 계획이다. 주요 투자 타깃은 생성형 AI 확산으로 전력과 연산 수요가 폭발하는 AI 전용 데이터센터(AIDC)를 비롯해 대규모 전력·발전설비, 에너지저장장치(ESS), 초고속 통신망 등 차세대 디지털·에너지 인프라 전반이다.
독자적으로 구축되는 이 플랫폼은 외부 기관투자자(LP) 출자에만 의존하지 않아 속도감 있는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한투PE는 브룩필드자산운용,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 조 단위 자금력을 앞세운 글로벌 대형 운용사들의 AI 인프라 투자 공세에 맞설 ‘토종 대항마’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말 ‘하이브리드 펀드’까지 전방위 결성
외부 펀딩 시장에서도 가시적인 결실이 이어지고 있다. 한투PE는 올해 1월 한국수출입은행이 앵커 출자자로 참여한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안정화 펀드’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지난 7월께 135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결성을 완료했다.
해당 펀드는 대형 프로젝트 펀드 조성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맡는다. 단일 투자 규모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에 달하는 핵심광물·에너지 거래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이다. 한투PE는 블라인드 펀드를 기본 축으로 삼되, 딜별로 프로젝트 펀드를 결합하는 유연한 구조를 활용해 국내 기업의 해외 핵심광물 및 에너지 인프라 자산 확보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실천 작업도 구체화되고 있다. 실제로 한투PE는 현재 약 2억~3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펀드 조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내 펀드 결성을 마친 뒤,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본격적인 1호 투자 집행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한투PE는 스페셜시츄에이션 본부가 주도하는 ‘하이브리드 펀드’ 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말 결성을 목표로 수천억원 규모의 조성을 추진 중이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과 대출을 결합하는 정교한 투자 구조를 도입한 점이 특징이다. 고금리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손실 방어력과 안정적 수익성을 동시에 갖춘 구조로 LP 유치에 나설 방침이다.
a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