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릴리 학회서 첫 노화약 가능성 제시…치매·심혈관 확장
체중 감량 외 직접적 세포 보호 시사…자가포식·항산화 확인
차세대 항노화 기전 부상…지아이이노 등 韓 바이오 선제 대응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당뇨와 비만 치료제로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바꾼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이 ‘건강수명 연장’을 이끄는 항노화 치료제로 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체중 감량 효능을 넘어 심혈관 질환, 만성 콩팥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염(MASH), 알츠하이머병 등 노화 관련 복합 질환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 생태계에서도 GLP-1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항노화 타깃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가 발간한 ‘GLP-1 계열 약물의 진화: Anti-aging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관계자들은 노화 연구 및 신약개발 학회(ARDD)에서 GLP-1 계열 약물이 ‘최초의 노화 관련 약물이 될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GLP-1은 췌장과 뇌를 비롯한 전신 조직에 분포하는 수용체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 촉진과 식욕 억제를 유도하는 호르몬이다.
2014년 1세대인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에 이어 2세대인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3상 임상(STEP 1)에서 68주간 평균 14.9%의 체중 감량을 보였고,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는 3상(SURMOUNT-1)에서 72주간 평균 20.9%의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OASIS 1 임상에서 68주간 15.1%의 유의한 체중 감소를 기록했다.
비만 넘어 심혈관·신장·치매까지…‘전신 합병증 완화’ 임상 축적
최근 임상에서는 GLP-1 약물이 대사 개선을 넘어 전신 노화 합병증을 완화한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대규모 심혈관 임상시험 데이터 종합 분석 결과, 심혈관 사망·비치명적 심근경색·비치명적 뇌졸중 등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위험이 약 14% 감소했으며 전체 사망 위험과 심부전 입원 위험도 각각 12%, 1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당뇨 비만 환자 1만 7604명을 대상으로 한 세마글루타이드의 ‘SELECT’ 임상에서는 최대 체중 감소에 도달하기 전부터 심혈관계 개선 효과가 관찰돼, 체중 감량 외에 심혈관을 직접 보호하는 독립적 기전이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체중 감량과 별개…항산화·자가포식 등 ‘직접적 세포 보호’ 기전
세포 및 동물 연구에서는 GLP-1의 다각적인 세포 보호 기전이 확인되고 있다. 활성산소종(ROS)을 줄이고 NRF2 경로를 활성화하는 항산화 작용은 혈당 변화와 무관하게 관찰돼 직접적인 세포 보호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한 손상된 단백질과 소기관을 분해·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을 촉진함으로써 간세포 손상과 지방독성을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계 질환과 관련해서도 시냅스 손상을 줄이고 알츠하이머병의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파킨슨병의 알파시누클레인 축적을 억제해 인지·운동 기능 저하를 완화할 가능성이 보고되면서 임상(EVOKE, Exenatide-PD3 등)을 통한 약물 재창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포스트 GLP-1’ 선점 경쟁…NLRP3·아펠린 등 차세대 타깃 부상
글로벌 시장에서는 GLP-1 이후의 노화 생물학 기반 치료 전략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타깃으로 만성 염증(Inflammaging) 유도 매개체인 ‘NLRP3 억제제’를 소개했다. 동물 모델에서 NLRP3 결핍 시 수컷 마우스의 평균 수명이 약 34%, 최대 수명이 29% 연장되는 결과가 보고되면서 바이오에이지 랩스, 인실리코 메디신 등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세포질 내 DNA 유출로 만성 염증을 유발하는 경로를 차단하는 ‘cGAS-STING 억제제’, 운동 신호 분자로 근육 재생과 심장 기능 유지에 관여하는 ‘아펠린(Apelin)’, 만성 염증과 섬유화를 촉진하는 사이토카인을 차단하는 ‘IL-11 억제제’, 단백질 항상성을 유지하는 ‘통합스트레스반응(ISR) 조절제’ 등이 주요 연구 타깃으로 제시됐다.
다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노화를 독립적인 질병 적응증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현재 항노화 임상은 개별 노화 관련 질환을 대상으로 설계되고 있다. 보고서 공동 저자로 참여한 김국환 전무가 속한 지아이이노베이션 등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대사질환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세대 항노화 기전 연구와 미충족 의료 수요 탐색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도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을 중심으로 역량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근감소증, 심혈관질환, 신장 질환, 신경퇴행성 질환 등 노화 연관 질환을 대상으로 GLP-1 계열 약물의 효과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며 “AI, 멀티오믹스, 바이오인포매틱스 등을 활용한 치료표적 발굴 기술을 연계해 새로운 적응증과 노화 관련 임상적 이점을 확인하고, 이를 신속하게 연구개발과 사업화로 연결할 전문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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