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장관 방미서 최종조율 전망
“아무 발표 안나오면 매우 좋지 않은 신호”
“루비오, 쿠팡 등 ‘상업 분쟁’ 제기할 예정”
‘국회보고 연기’ 韓정부, 합의 발표 미지수
올해 첫 투자금 송금 규모 두고 양국 이견
호르무즈 파병·핵잠 등 지렛대 가능성도
조현 외교부 장관이 한미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국의 대미투자와 관련한 합의가 발표될 수 있다는 주장이 17일(현지시간) 제기됐다. 빅터 차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한미간 이슈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군사 분야의 조선 협력이나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 등 안보 분야의 협의가 지렛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차 석좌는 17일(현지시간) CSIS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실제 (대미투자) 합의 자체와 관련해 오늘 발표가 나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늘 발표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조현 외교부 장관이 워싱턴 DC로 오고 있다. 금요일에는 이곳에 도착할 예정이다”라면서 “아마도 거기서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발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석좌가 한국의 대미투자 발표를 예상한 이벤트는 조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회담이다. 그는 “이 문제가 다음 주까지 넘어갈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외교부 장관의 방문이 움직임을 강제(action forcing)하는 이벤트가 될 것”이라면서 “조 장관이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아무런 발표도 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매우 좋지 않은 신호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산업통상부는 국회 보고를 거쳐 이르면 18일 2000억달러(약 272조원) 규모 대미 투자의 1호 사업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프로젝트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국회에 보고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면서 프로젝트 확정과 발표는 다음 주로 넘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했고, 18일 오전 한미 외교수장들의 회담이 진행된다. 차 석좌는 “아마 그때(외교장관 회담) 이 문제에 관한 어떤 형태의 발표를 보게 될 것”이라며 “조 장관이 이곳에 왔다가 떠날 때까지 (한미) 양측은 어떤 형태로든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쿠팡 문제와 정보통신망법 개정 등 ‘상업적 분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합의를 강제하는 요인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차 석좌는 “내가 알기로는 루비오가 이번 (조 장관의) 방문에서 상업적 분쟁 가운데 일부를 조 장관에게 직접 제기할 예정”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루비오가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루비오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못마땅해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업적 분쟁은) 반드시 법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정치적인 해결책이 있다”라면서 “그런 해결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문제를 매우 못마땅해한다는 것을 그들(한국 측)도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석좌는 “더 큰 사안들 가운데 일부(투자 합의 등)가 해결된다면, 다른 문제(상업적 분쟁)들을 비공개로 처리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차 석좌는 조 장관의 방미 시점이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매우 미묘한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연일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하고 있고,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를 높이려하고 있다. 오는 24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를 위한 중국의 협조 등도 거론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22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일반토의에서 조우할 수 있다. 양국은 무역 합의 외에도 군사 분야에서의 조선 협력이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사용후 핵물질 농축·재처리 문제 등에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차 석좌는 산적한 안보 분야 논의가 대미투자 발표의 반대급부로 거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안보 분야 협력을 지렛대 삼아 대미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로 다른 현안 사이에 이런 식의 연계가 이뤄진다면 상황은 매우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며, 이들 중 하나라도 논의가 진전된다면 “다른 골치 아프고 까다로운 현안들은 물밑에서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을 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국회보고를 연기한 우리 정부가 대미투자 관련 합의를 서둘러 발표할 지는 미지수다. 2000억달러(약 272조원) 규모 대미 투자 1호 사업의 양해각서(MOU) 서명과 프로젝트 발표가 다음주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애초 18일 발표가 추진됐지만, 국회 보고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 차례 순연됐다. 정치권과 관계 부처 안팎에서는 22일 국회 보고를 거쳐 늦어도 추석 연휴 전인 23일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미국과의 막판 협상의 핵심 쟁점은 첫 투자금 송금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대미투자 1호 사업은 앞서 본지 보도로 미국이 한국에 연간 대미 투자금의 절반가량을 올해 안에 현금으로 먼저 송금하라고 요구하면서 발표가 막판에 무산됐다고 전해진 바 있다.<본지 17일자 1면 “투자금액 절반 보내라” 美 연내 현금송금 압박 기사 참조>
미국 측이 연간 투자 한도인 200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100억달러 안팎을 연말까지 현금으로 송금하라고 요구하면서 이견이 커졌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애초 이달 22억달러 이상을 우선 송금하고, 다음해부터 연간 최대 200억달러 한도에서 투자금을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 밖에도 1호 사업으로 유력한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전력 수요처 보증,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편입 여부, 사업별 수익·손실 배분 등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우선 사업성이 구체화된 1호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나머지 투자안은 후속 협의를 통해 확정하는 단계적 접근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현정·배문숙 기자
kate01@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