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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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맞벌이 부부로 8년간 생활하면서 아내의 월급 대부분을 맡아 가계를 관리해 온 남편이 정작 아내 몰래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해 거액을 날린 사연이 전해졌다.

최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초등학생 아들을 둔 결혼 8년 차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는 결혼 후 남편이 숫자와 재테크에 밝다는 이유로 경제권을 남편에게 맡겼다. 부부 모두 직장생활을 했지만, A씨는 매달 자신의 월급 대부분을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은 A씨에게 한 달 용돈으로 30만원가량을 건네며 “점심값에 교통비, 옷값까지 해결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A씨의 지출을 통제하기까지 했다. 남편은 A씨의 카드 사용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며 “커피를 왜 이렇게 자주 마시느냐”, “누구와 밥을 먹었느냐”고 캐물었다. 친정어머니 생일을 맞아 20만원 상당의 가방을 선물했을 때는 “왜 허락도 없이 집안 돈을 쓰느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반면 남편은 자신의 지출이나 재산 상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A씨는 남편의 계좌를 확인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남편이 지난 8년간 부부가 함께 번 돈을 이용해 A씨에게 알리지 않고 주식과 가상자산에 투자해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이다. 여기에 신용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가 “왜 상의도 없이 이런 일을 벌였느냐”고 따지자 남편은 오히려 “돈 한 푼 관리할 줄 모르는 사람이 감히 경제권을 넘보느냐”며 큰소리를 쳤다고 한다.

A씨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거나 나를 때린 것은 아니지만,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친구를 만나거나 부모님을 챙길 때도 남편의 눈치를 봐야 했다”면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지 물었다.

이에 임형창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배우자의 외도나 폭행이 없더라도 장기간 경제적 통제가 이어져 혼인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깨졌다면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재판상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단순히 한쪽 배우자가 경제권을 관리했다는 사실만으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권 관리가 상대방을 통제하거나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활비를 지나치게 제한하면서 상대방의 카드 사용 내역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자신의 재산 상황은 숨긴 채 배우자의 소득을 관리하는 행위가 장기간 반복됐다면 혼인 생활에서의 부당한 대우나 혼인관계 파탄의 사정으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또 남편이 아내와 상의 없이 주식과 코인에 투자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아 손실을 낸 데 대해 “투자 손실 전부가 곧바로 남편 책임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재산이 대부분 남편 명의로 돼 있더라도 혼인 기간 함께 형성한 재산이라면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남편이 재산을 어떻게 단독으로 관리하고 처분했는지 급여나 계좌이체 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남편이 장기간 재산을 단독으로 관리해 정확한 재산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이혼소송 과정에서 금융거래정보 제출명령 등을 활용해 금융재산과 대출 내역, 자금 이동 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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