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비급여 가능성 커 기관별 가격 비교 공개 검토
세계보건기구 임신 12주까지 사용 안내, ‘9주’ 조정 논의 예상
청소년의 부모 동의 조항, 복용 시 입원 의무화 여부도 지침에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내년 1분기부터 임신 9주 이하 여성을 대상으로 먹는 임신중지약물(미프진) 도입하기로 확정하면서 ‘가격’과 ‘건강보험 적용’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처방 절차, 미성년자 동의 기준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제도 안착까지 상당한 과제가 남아 있다.
보건복지부는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마친 뒤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면 약가와 급여 적용 여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입 초기에는 비급여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비급여로 처방될 경우 약값은 물론 진료·검사 비용까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임신중지약은 단순히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진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약 전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하고 복용 후 임신중지가 완료됐는지 추적 진료를 받아야한다.
결국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는 ‘미프진 약값을 급여로 보장할 것인가’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초음파 등 투약 전 검사와 복용 후 확인 진료, 출혈이나 감염 등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의 후속 처치까지 어느 범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할지가 함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약값을 둘러싼 환자 부담도 변수다. 비급여로 운영되면 의료기관에 따라 약값과 진료비가 달라질 수 있고, 초기 시장에서 가격이 높게 형성될 경우 경제적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의료기관별 가격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비교·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 가격 편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허용되는 임신 주수 조정을 둘러싼 공방도 도입 이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약사가 임신 9주 이내 임신부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안전성을 입증했다는 점을 고려해 투약 대상을 9주로 제한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 보건기구들은 임신 주수 12주까지는 의료인의 감독하에 약물 투약을 통한 임신중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영국,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역시 가이드라인에 따라 10주에서 12주까지 약물 처방을 허용하고 있어 향후 국내 도입 이후에도 글로벌 기준에 맞춰 복용 가능 주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성계와 일부 의료계의 요구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임신 주수가 길어질수록 불완전 유산이나 대량 출혈의 위험성이 커지므로 9주 제한을 엄격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향후 의료계가 마련할 임상 진료 지침에 미성년자의 부모(법정대리인) 동의 조항이 포함될 예정이어서 청소년 보호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임신중절 수술의 동의 주체를 본인과 배우자로만 정의하고 있어 미성년자 청소년의 재생산 권리와 건강권을 보장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만약 부모 동의가 강제될 경우 가정 내 불화, 방임, 학대 등의 사유로 부모의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의 청소년들이 의료기관을 기피하고 불법 복제약이나 위조 의약품을 음성적인 경로로 구해 독자적으로 복용하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들을 안전하게 제도권 의료 안으로 포섭하기 위해 부모 동의를 대체할 수 있는 상담 기관 지정이나 법정대리인 동의 면제 조항 등 세밀한 예외적 보완책 마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약물 복용 시 의료기관 입원 여부와 구체적인 투약 방식도 의료계 지침의 핵심 쟁점이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이라는 2개의 약물을 보통 1~2일의 시차를 두고 차례대로 복용하는데, 두 번째 약을 먹은 직후부터 자궁 수축이 시작돼 극심한 복통, 구토, 대량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의 집중 관찰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약물 복용 후 병원 입원이나 원내 대기를 의무화할지, 아니면 해외 사례처럼 처방 후 자택 대기를 허용할지를 두고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의료계는 환자의 안전 확보를 위해 원내 대기나 단기 입원 의무화 등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의료 사고 발생 시 의사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책임 면제나 입법적 안전장치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thl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