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빨간펜’ 키운 장평순 뒤이어 장남 장동하, 상조·여행 전면에
웅진 프리드라이프 8800억에 인수…대교도 대교뉴이프로 시니어 사업 확장
20세 미만 6년새 129만명 줄 때 60세 이상은 287만명 늘어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아이는 줄고 노인은 늘었다. 교육기업들도 바뀌는 인구변화에 맞춰 주력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한 때 ‘빨간펜’과 ‘구몬’으로 국내 교육 사업을 선도했던 교원은 장동하 대표 2세 체제에선 상조를 미래 먹거리로 제시했고, 웅진씽크빅으로 학습지 시장을 주름잡았던 웅진은 ‘프리드라이프’ 인수로 단숨에 상조회사 1위 업체로 거듭났다.‘눈높이’ 대교도 시니어 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한때 아이들을 상대로한 교육기업들이 2세 체제에선 부모와 조부모 세대를 향한 사업으로 주력 사업의 무게중심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창업주 장평순은 ‘빨간펜’ 장남 장동하는 ‘상조·여행’
교원그룹 창업주 장평순 회장은 지난 1985년 중앙교육연구원을 세웠고 이는 교원그룹의 모태가 됐다. 창업 이듬해엔 진도식 학습지 ‘중앙완전학습’을 내놨고 이는 훗날 ‘빨간펜’이 됐다. 장남 장동하 대표는 2011년 그룹 전략기획부문 신규사업팀에 입사해 교육사업을 거친 뒤 2016년부터 상조사업 안정화와 신사업 발굴을 맡아왔다. 이후 교원라이프와 교원투어 등을 거치며 비교육 사업을 키웠고 지난해엔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올해는 그룹 총괄대표에 올랐다.
장 대표가 키운 대표 사업은 상조회사인 ‘교원라이프’다. 교원라이프의 선수금은 올해 1조7300억원대로 불어나 업계 2위 수준까지 올라왔다. 교원그룹 전체에서도 상조·여행·렌털 등 비교육 부문 매출이 5000억원을 넘어 전체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교원라이프 상조 가입자는 납입금을 장례 대신 패키지여행과 크루즈, 웨딩·결혼정보, 영어캠프, 유학, 헬스케어, 안마의자 등으로 돌려 사용할 수 있다. 교원투어와의 결합도 빨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교원라이프의 전환 서비스 이용은 전년 대비 137% 늘었다. 이 가운데 여행 전환 서비스 이용이 169% 증가했다.
여행 사업도 장 대표가 직접 챙기는 영역이다. 교원은 2021년 여행사 KRT를 인수한 뒤 교원투어로 재편하고 패키지 브랜드 ‘여행이지’를 출범시켰다. 장 대표는 올해 초 항공업계와의 간담회에서 “항공사 파트너들과 유기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상품 운영과 차별화된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원라이프 관계자는 “교원투어와의 사업 연계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지와 혜택을 제공한 결과”라며 “고객의 생애주기에 맞춘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웅진 ‘프리드라이프’ 인수 8800억원 베팅... 단숨에 상조 1위
‘웅진씽크빅’으로 유명했던 웅진은 대형 인수합병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한 사례다. 윤석금 회장이 과거 M&A를 통해 그룹을 빠르게 키웠던 것처럼 2세 경영의 중심에 선 윤새봄 부회장은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를 8800억원대에 인수했다. 윤 부회장이 주도한 대형 거래였다.
프리드라이프 인수는 웅진의 기업 체급까지 바꿨다. 그룹 자산은 다시 5조원을 넘어섰고 웅진은 올해 12년 만에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복귀했다. 윤 부회장은 지주사 웅진의 최대주주다. 지난 6월 기준 지분율은 17.02%다. 형 윤형덕 부회장의 지분 12.88%까지 합치면 오너가 지분은 30% 안팎이다. 인수 이후 프리드라이프 이름에도 ‘웅진’이 붙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올해 1월 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웅진프리드360·450·540’을 내놓으며 5년 만에 상조 상품군을 전면 개편했다.
상조에 붙이는 서비스도 늘렸다. 건강검진, 리조트, 반려동물 돌봄, 홈케어를 비롯해 웨딩과 돌잔치, 환갑·칠순, 크루즈 여행, 어학연수, 홈인테리어, 장지 서비스까지 전환할 수 있다. 올해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한 혈당 홈케어와 고령 가족의 일상 안전을 원격으로 확인하는 시니어 모니터링 서비스도 추가했다.
웨딩 사업에는 직접 투자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올해 초 웨딩·케이터링 업체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 강남 그랜드힐컨벤션, 성수 보테가마지오, 신도림 웨딩시티 등 웨딩홀 운영 기반을 확보했다. 문호상 웅진프리드라이프 대표는 “상조는 물론 여행, 웨딩, 시니어케어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서비스로 고객의 삶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대교, 교육 사업을 시니어 사업에 접목
대교는 기존 교육기업의 노하우를 시니어 시장에 가장 직접적으로 옮겨가고 있는 사례다. 강영중 창업주의 장남 강호준 대표가 이끄는 대교는 2021년 시니어 사업에 뛰어들었고 2023년 이를 대교뉴이프로 분리했다. 대교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강 대표는 지난 8월 대교 주식 약 30만주를 장내 매수해 보유 지분을 0.03%에서 0.40%로 늘리는 등 책임경영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대교뉴이프는 데이케어와 방문요양·방문목욕부터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양성, 치매 예방 인지교육, 건강식품, 복지용구, 상조까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이에게 교사가 찾아가 학습지를 가르치던 대교의 사업모델이 시니어 방문요양과 인지교육으로 옮겨간 모양새다. 대교뉴이프는 “대교가 오랜 기간 쌓아온 지식과 노하우를 시니어 서비스에 접목한다”며 ‘세상에서 가장 큰 시니어 학교’ 만들겠다고 목표도 제시해둔 상태다.
최근 사업 확대 속도도 빠르다. 지난해 대교뉴이프 매출은 266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데이케어와 방문요양센터 프랜차이즈를 용인동백, 하남, 대구수성, 수원팔달 등으로 추가 확대했다. 한국동행서비스협회와는 병원동행매니저 양성에 나섰고 라이나생명과는 치매 예방 방문학습과 보험을 묶은 ‘시니어 브레인 케어’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대교는 올해 1월 후불제 상조 ‘나다운 졸업식’을 내놓으며 사업 영역을 장례로 확대했다.
韓 사회, 급속한 고령화… 올해 60세 이상 1500만명
교육기업 2세들이 상조사업과 시니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급속한 인구 고령화 탓이 크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국내 20세 미만 인구는 876만이었으나 2026년(9월)에는 747만명으로 120만명이 넘게 줄었다. 반면 60세 이상 인구는 같은 기간 1244만명에서 1531만명으로 300만명 가까이 늘었다. 교육업계가 상대하는 20세 미만 학생들의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젊은층 교육 대신 상조나 시니어 사업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사업 구조상 교육기업과 상조·시니어 사업의 접점이 크다는 점도 있다. 학습지는 회원을 모집한 뒤 장기간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교사와 상담조직을 통해 고객을 관리한다. 방문요양과 시니어 인지교육 역시 전국 단위 인력과 지역 조직, 장기 고객관리가 필요하다. 수십년간 학습지 방문판매와 회원관리 조직을 운영해 온 기업들이 시니어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산이 이미 상당하다는 얘기다.
한 교육업계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은 교육기업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고 있다”며 “기존 교육사업에서 쌓은 브랜드와 회원관리, 방문조직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찾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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