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창업…온라인 기업교육 시장 개척
“지식 전달형 이러닝 쇠퇴…AI 교육은 더 커질 것”
초개인화·하이브리드 러닝으로 교육 효과 높여
“기업교육 산업화해야…K-에듀 세계시장 선도할 것”
상장 대신 장수기업 꿈…“기업교육 분야 ‘명가’ 만들겠다”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기업교육계에도 에르메스 같은 ‘명가’가 나와야 합니다. 휴넷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습니다.”
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을 창업해 27년간 이끌어온 조영탁 대표가 그리는 회사의 모습이다.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상장하는 대신 기업교육이라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100년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기업교육만큼은 정말 오래가는 전통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에르메스나 포르셰처럼 유서 깊은 기업교육 분야의 ‘명가’로 남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상장 계획에 대해서도 “상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창업자 이후의 휴넷에 대해서는 가업승계와 전문경영인 체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터넷으로 키운 기업교육…이번엔 AI 전환
조 대표가 1999년 휴넷을 창업할 당시만 해도 국내 기업교육은 오프라인 중심이었다. 그는 인터넷이 서점과 신문 등 기존 산업을 바꾸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업교육 역시 온라인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출발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였다. 직장인에게 필요한 경영학을 온라인으로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선보였다. 인사·마케팅·회계·재무 등 직장생활에 필요한 경영학 지식을 온라인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2010년부터 B2B(기업 간 거래) 기업교육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했다. 조 대표는 “B2B에서는 10등 정도에서 시작해 지금은 1등까지 조금씩 올라왔다”며 “어떤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계속 새로운 것을 시도하며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27년 전 인터넷이 기업교육을 바꿨다면 조 대표가 현재 주목하는 변화는 인공지능(AI)이다. 그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기존 온라인 교육의 상당 부분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를 휴넷의 위기보다는 새로운 기업교육 시장을 만들 기회로 보고 있다.
조 대표는 “순수하게 지식을 전달하는 이러닝은 쇠퇴할 것”이라며 “AI에 물어보면 필요한 지식을 바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AI를 활용한 교육은 오히려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은 ‘초개인화’다. 기존 기업교육은 동일한 강의를 다수의 직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AI를 활용하면 개인의 수준과 업무에 맞춰 교육 내용을 달리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과 실제 업무 사이의 간극도 좁힐 수 있다.
조 대표는 “기업이 교육에 투자하면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교육 효과가 있느냐’는 것”이라며 “AI와 대화하면서 개인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파악할 수 있고, 실제 회사 업무를 가져와 AI와 함께 문제를 풀면서 교육을 바로 성과 창출과 연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매년 이제 1% 왔다고 생각”
변화에 대한 조 대표의 태도는 그가 오랫동안 강조해온 ‘얼웨이즈(Always·항상) 1%’라는 경영 원칙과 맞닿아 있다. 회사가 성장해도 목표의 1%밖에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경계한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조금 잘됐다고 자만하지 말자는 것이 가장 큰 경영 원칙”이라며 “매출이 1000억원이 돼도 ‘이제 1% 정도 왔다, 99%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실을 따로 두지 않는 원칙도 오랫동안 이어왔다. 대기업에서 약 1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계기가 됐다. 당시에는 신입사원의 안건이 최고경영자까지 올라가 결재를 받는 데 수개월이 걸릴 정도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당시 별도의 사무실 없이 직원들과 함께 일했던 인텔 최고경영자의 사례를 보고 “우리 회사가 인텔보다 커지기 전까지 사무실을 갖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이후 약 25년 동안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휴넷의 경영철학으로 잘 알려진 것이 ‘행복경영’이다. 행복경영의 연장선에서 휴넷은 2022년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급여 삭감 없이 근무일을 줄인 만큼 회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인건비가 상승하는 부담을 감수했다.
조 대표는 “주4일제 때문에 회사가 좋아졌다거나 나빠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직원들의 만족도와 행복이 높아졌고, 주4일제가 알려지면서 좋은 인재가 많이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칙은 분명하다. 기존 5일 동안 하던 일을 다음 주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4일 안에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주 4일 동안 업무 몰입도와 강도가 훨씬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기업교육도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야”
조 대표가 휴넷의 외형 성장을 고집해온 데는 기업교육 자체를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있다.
그는 “기업교육을 하는 회사 가운데 매출 10억~30억원 수준에 만족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저는 항상 1%밖에 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며 “기업교육을 ‘산업화’시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휴넷의 매출은 지난해 기준 826억원, 영업이익은 41억원 수준이다.
시장이 커져야 더 좋은 인재가 들어오고 서비스의 품질도 높아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로펌이나 회계법인처럼 시장을 이끄는 대형 기업이 등장해야 산업 전체의 규모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조 대표는 “기업교육은 결국 사람을 키우는 일이고, 사람을 키우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된다”며 “리딩 업체가 기업교육의 산업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세계 시장이다. 그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 집중해왔지만 AI가 발전하면서 글로벌 진출 여건도 좋아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조 대표는 “교육회사가 해외로 나가는 데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언어 장벽이었는데 AI로 그 장벽이 무너지고 있고 K-콘텐츠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힘을 더 비축해 세계적으로 K-에듀와 기업교육을 선도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가 걸어온 길
▷1965년생 ▷1989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96년 공인회계사 자격증 취득 ▷1988년 금호그룹 입사 ▷1999년 휴넷 창업 ▷2003년 행복한경영이야기 뉴스레터 발행인 ▷2017년 사단법인 행복한경영 설립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