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상법 개정안 10일 시행
“이사회 다양성”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2명으로 확대
3%룰 적용…소수 주주 영향력 커져
기업, 이사회 줄이고 감사 늘려 대응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필요” 지적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는 2차 상법 개정안이 10일 시행된다. 이번 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됐고,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출 대상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됐다. 소수주주가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해 이사회 진입을 노릴 수 있는 길이 넓어지며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대주주 견제 강화…선제대응 나선 기업들=집중투표제는 이사 여러 명을 선임할 때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가령 이사 3명을 선임할 경우 1주당 3개의 의결권을 행사해 한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다. 그간 상장회사는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 배제가 금지됐다.
이에 이사 선임의 변수가 단순한 지분율에서 주주 간 연대와 후보별 표 결집으로 확대됐다. 대주주 지분율이 절대적으로 높지 않은 기업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 개인주주 등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의결권을 모으면 대주주 측 후보가 이사회 의석을 모두 가져가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으로 이사 후보를 추천하고 다른 주주들과 연대하는 방식의 주주활동도 더 적극 이뤄질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일찌감치 소수주주 추천 후보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해왔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2025년과 2026년 비교가 가능한 상장사 332곳의 등기임원은 올해 8월 말 기준 232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명(1.9%) 감소했다. 고려아연의 등기임원은 19명에서 14명으로, LS일렉트릭은 9명에서 5명으로, 셀트리온은 12명에서 9명으로 각각 줄었다.
일부 기업은 개정 상법에 대응해 추가 이사 선임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부 인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자리 자체를 축소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반면 감사위원은 지난해 917명에서 올해 926명으로 9명(1.0%) 증가했다. 이는 감사위원 수가 늘면 분리선출되는 감사위원의 상대적인 영향력을 낮출 수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소수 주주 입김에 이사회 흔들…경영권 방어 새 변수=집중투표제 의무화와 동시에 시행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도 기업들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개정 상법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가운데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해야 하는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과정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된다.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부에서 경영진의 업무와 회계 등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소수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 효과가 클 수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를 활용하면 여러 후보 중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할 수 있는 반면,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선출에서는 최대주주 측 의결권이 제한된다. 소수주주가 표를 모으면 대주주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표 대결에 나서게 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우호지분 확보만으로 안정적인 이사회 구성을 장담하기 어려워진 만큼 새 과제를 안게 됐다. 그간 주로 대주주와 우호주주를 중심 의결권 관리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기관·외국인·개인주주 등 주요 주주들의 표심을 설득하는 작업의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사 후보의 전문성과 독립성도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소수주주 연대 및 행동주의 펀드 등과의 사전 협상도 대응 수단으로 꼽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미 주주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바꿔 나가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이 늘수록 이사회 내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대주주가 추천한 이사와 행동주의 투자자 또는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함께 이사회에 참여할 경우 주요 경영 현안을 둘러싼 의견 충돌이 잦아질 수 있다.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사안에서는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으로 주주 권익이 향상된 만큼 경영권 방어 수단도 형평성에 맞게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고은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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