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코리아헤럴드 HIT 포럼’ 개최

트레브스 JP모건 디렉터 패널 토론

“큰 연못 작은 물고기보다 작은 연못 큰 물고기가 나아”

기관투자자, 신흥시장 전략 일환으로 韓 투자

선진국 진입 시 미국·유럽과 투자유치 경쟁 놓여

알랙산더 트레브스 JP모건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코리아헤럴드 HIT 포럼’에서 ‘한국은 글로벌 자본의 핵심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알랙산더 트레브스 JP모건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코리아헤럴드 HIT 포럼’에서 ‘한국은 글로벌 자본의 핵심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이 실제 이뤄지더라도, 국내 자본시장에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코리아헤럴드 HIT 포럼’에서 글로벌 자산운용업계 인사들은 오히려 신흥 시장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글로벌 포트폴리오 내 한국의 존재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알렉산더 트레브스 JP모건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는 이날 ‘한국은 글로벌 자본의 핵심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열린 패널토론에서 “투자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한국이 ‘신흥’에서 ‘선진’ 지위로 이동하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시장 인프라를 글로벌 기준에 맞추고,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오랜 기간 MSCI 선진시장 지수 편입을 추진해 왔다.

특히 지난 6월 말에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향후 관찰대상국’ 등재를 기대했으나, 최종 실패했다.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관찰대상국에 최소 1년 이상 등재돼야 정식 편입이 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내년 6월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2028년 선진국 지수 정식 편입을 목표로 정책 개선 드라이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MSCI는 해당 국가경제의 발전도, 증시 규모 및 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을 중심으로 각 국의 증시를 선진, 신흥, 프론티어 시장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트레브스 디렉터는 많은 기관투자자들이 ‘글로벌 신흥시장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트레브스 디렉터는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재분류되면 한국 증시는 훨씬 규모가 큰 미국·유럽 시장과 투자자의 관심, 자본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며 “거대한 연못 속의 작은 물고기가 되기보다, 작은 연못 속의 가장 큰 물고기 중 하나로 남아 있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트레브스 디렉터는 ‘신흥-선진’이라는 이분법적 용어에 대해서도 “건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시아에서 30년을 산 영국인인 트레브스 디렉터는 개인적인 경험을 들며 “영국에 가면 지하철도 잘 안 되고, 길에서 휴대폰을 잘못 꺼내면 소매치기를 당하기도 한다”며 “그런데도 영국은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반면, 한국에서는 카페에 가방이나 휴대폰을 두고 자리를 비워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정도로 사회 인프라와 안전 수준이 이미 ‘선진’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프랭크 벤지므라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주식전략 총괄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코리아헤럴드 HIT 포럼’에서 ‘한국은 글로벌 자본의 핵심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프랭크 벤지므라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주식전략 총괄이 지난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6 코리아헤럴드 HIT 포럼’에서 ‘한국은 글로벌 자본의 핵심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를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윤창빈 기자

프랭크 벤지므라 소시에테제네랄 아시아주식전략 총괄 역시 “MSCI가 한국을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옮길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며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결과적으로 일정 수준의 자금 유출(outflow)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시장 안팎에서 통념적으로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결과”라고 밝혔다.

벤지므라 총괄은 낮은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을 한국의 선진시장 전환의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한국에 상장된 기업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얼마나 많은 기업이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벤지므라 총괄은 “코스피가 급등한 이후 되레 변동성이 커진 상황인 만큼, 환율 및 증시 측면에서 보다 안정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상장 기업들의 부채 관리와 유동화 능력 역시 함께 점검해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다만, 올해 들어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는 등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 “금융업에 종사한 이래 처음보는 놀라운 성과”라며 향후 시장 개선에 대한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벤지므라 총괄은 “이렇게 큰 폭의 이익(earnings)과 수익성(returns)이 동시에 개선되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한국 시장에서 가격이 책정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으며, 금융·주식 투자 관점에서 리레이팅(재평가) 프리미엄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년간 뚜렷한 리레이팅 신호를 보내며 시장 재평가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예로 들며 “한국 시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리레이팅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며, 앞으로 실제로 그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