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제 내년 도입…셀렉트·일반·관리군
4분기 공청회…의견 수렴 뒤 시행
하위 세그먼트 유동성 고갈 전망
ETF 소득공제 등 세제지원 검토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양질의 혁신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내년 ‘코스닥 세그먼트 제도(승강제)’를 도입한다. 단일 시장 구조인 코스닥을 기업 역량별로 세분화해 연기금 등 기관 투자금을 본격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업계의 우려도 적지 않다. 상위 세그먼트로만 자금이 몰리고, 하위 기업에 대한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어서다. 당국이 하위 세그먼트 투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 소득공제 혜택 등 보완책 검토에 착수한 배경이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29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코스닥 세그먼트 제도의 추진 로드맵을 제시했다. 거래소는 4분기 중 공청회를 열어 시장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중 세그먼트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세그먼트 제도는 일반 코스닥 기업이 대표기업으로 성장하면 ‘코스닥 셀렉트(Select, 가칭)’로 올라가고, 부실기업은 ‘관리군’으로 구분하는 구조다. 미국 나스닥의 ‘글로벌 셀렉트 마켓’ 모델을 벤치마킹했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세그먼트 제도는 기존 유동성을 뺏는 제로섬이 아니라, 혁신성장 기업을 발굴해 새로운 글로벌 유동성을 유입시키는 ‘플러스섬’ 정책”이라며 “세그먼트 기반 지수 및 금융상품 개발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 안팎에서는 투자 쏠림에 따른 하위 세그먼트의 유동성 고갈 우려가 제기된다. 대표적 사례가 일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TSE)가 2022년 4월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로 시장을 재편한 이후, 올해 4월까지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582조엔)의 97.3%인 566조엔이 프라임 시장에 집중됐다. 반면, 스탠다드와 그로스 시장의 시가총액 비중은 오히려 축소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하위 세그먼트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량기업까지 동반 저평가되는 ‘낙인효과’를 경계했다. 이보미 선임연구위원은 “우량기업이 빠져나갈수록 잔존 기업의 평균 품질은 더 낮아지고, 이는 다시 더 큰 할인으로 이어지게 돼 세그먼트 소속 자체가 부정적 신호로 작용하는 낙인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하위 세그먼트의 유동성을 방어할 세제 인센티브를 함께 논의 중이다. 특히 하위 세그먼트 종목을 담는 액티브 ETF 투자자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지수를 단순 추종하는 패시브 ETF 대신 운용사가 잠재력 있는 기업을 직접 발굴·투자하는 액티브 상품에 유인을 줘 자금 공급로를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투자업계에서도 코스닥 시장 재편은 세제 혜택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주요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벤치마크에 셀렉트 지수 비중 반영은 물론, ETF 및 펀드 상품 등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세그먼트 도입과 부실기업 퇴출 등에 있어 한층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전무는 “시총이나 단기 실적 등 정량지표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기술력과 미래 잠재력을 갖춘 혁신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다”며 “스탠다드(일반) 시장에도 정책펀드와 별도 ETF 등을 통해 기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경로를 열어주고, 셀렉트와 스탠다드가 우량·비우량의 서열화가 아닌 상생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퀄리티를 면밀히 점검해 시장에 남아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걸러내는 작업이 필수적”이라며 “이런 역할을 맡을 기관이나 부서가 고도의 중립성을 지키면서 존재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은 “시장 체질 개선 과정에서 진통이 있을 수 있겠지만, 원칙에 기반해 우직하게 나아가면서 쟁점이 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시장 참가자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송하준·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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