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기축·동력축 마찰로 고착돼 엔진정지

전례없는 사고유형에 美 전문가 정밀분석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소속 AH-1S 코브라헬기가 20㎜발칸 사격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육군항공작전사령부 소속 AH-1S 코브라헬기가 20㎜발칸 사격을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지난 2월 경기 가평군에서 조종사 2명이 순직한 육군 코브라(AH-1S) 공격헬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항공기 엔진 배기확산기 내부실린더 결함에 따른 엔진정지”로 최종 확인됐다.

민·관·군 합동 중앙안전사고조사위원회는 10일 브리핑을 통해 사고기 엔진의 압축기축과 동력축이 마찰열로 고착되며 회전이 멈춘 것이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동력축 회전 시 진동이 커지는 이른바 ‘샤프트 훨링’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전례가 없는 사고유형으로, 미국 엔진 제작사 엔지니어까지 입국해 정밀분석을 벌였다.

변순철 중앙안전사고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비행상황을 설명했다. 사고 항공기는 5군단 소속 코브라헬기로, 지난 2월 오전 경기 가평비행장 비행로에서 비상절차 숙달을 위한 이·착륙 훈련(7회차)을 위해 이륙해 상승비행 중 검은 연기가 발생한 뒤 엔진이 정지됐다. 동시에 동력을 상실하며 급강하해 비행로를 벗어났고, 비행장 활주로 북쪽 끝단에서 약 760m 떨어진 신하교 인근 하천에 추락했다.

조사위는 기내 녹음·녹화장치(MP-4)와 조종사 위치정보 휴대용 단말기(H-TAB), 사고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다. 두 장치 모두 지상충돌로 손상됐으나 육군수사단 과학수사센터가 일부를 복원해 당시 고도·속도, 주회전날개 회전수 등을 확인했다.

영상분석 결과 이륙단계에서는 속도·고도·자세가 모두 정상이었지만, 이륙 21초 뒤 연기가 발생하며 엔진이 정지됐다. 조종사의 과조작이나 오조작은 없었는데도 각종 계기 수치와 주회전날개 회전수가 급격히 줄었고, 엔진정지 12초 뒤에 지면에 충돌했다.

조사위는 이륙을 위한 상승비행 중에는 주회전날개가 수평비행 대비 공기 저항을 더 많이 받는 만큼, 이 단계에서 엔진이 정지되면 주회전날개 회전수가 급격히 줄어 비상시 시도하는 자동활공 착륙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육군 관계자는 “나무 같은 곳에 떨어지면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폭발을 우려해 하천이 있는 곳으로 떨어진 것 같다는 목격자(지역주민) 진술이 나왔다”며 “조종사가 대민피해를 우려해 민가 지역을 피하려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비행로를 벗어나 비상착륙을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비행훈련 시뮬레이터로 사고 상황을 재연한 결과에서도 엔진 정지 시 모든 계기가 실제 상황과 동일하게 급격히 감소하며 정상 비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사고 항공기에 장착된 T53 터보샤프트 엔진은 압축기축과 동력축이 상호 결합해 동력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조사위가 엔진을 분석한 결과 외부 이물질에 의한 손상은 없었고, 동력축과 압축기축이 마찰하며 발생한 열로 두 축이 고착돼 회전이 정지하며 엔진이 멈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위는 동력축과 압축기축 고착에 의해 ‘공중에서 비행 중 엔진이 정지’한 것은 전례가 없는 사고유형이라고 밝혔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미국 엔진 제작사 오자크(OZARK)사의 품질 엔지니어가 직접 입국해 사고조사위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와 합동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손상된 부품은 추가로 미국 현지 오자크사와 메틀(METL)사로 후송돼 정밀분석을 거쳤다.

이 결과 엔진 후방의 배기확산기 내부실린더 중심축이 엔진 중심축 정렬에서 벗어나 있었고, 이 때문에 동력축 회전 시 진동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토크(회전력)에서는 이 진동이 크게 증가해 축이 줄넘기 형태로 도는 샤프트 훨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사고기는 비상절차 훈련을 하며 토크를 낮춘 상태여서 당시 엔진 진동이 가장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이륙을 위해 다시 토크를 높이는 과정에서 동력축 진동이 커지며 동력축과 압축기축이 마찰했고, 마찰로 발생한 고열에 동력축 일부가 용융돼 압축기축과 고착되면서 두 축의 회전이 멈춰 엔진이 정지된 것으로 조사위는 결론지었다.

이에 대해 육군은 후속조치로 우선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되는 코브라 헬기의 도태 시기를 합동참모본부와 협의해 검토하기로 했다. 대체전력인 소형무장헬기 LAH-1(미르온)에 대해서는 기존 전력화 계획을 조정해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안정적으로 전력화될 수 있도록 방위사업청과 계속 협조하기로 했다.

항공안전관리체계도 강화한다. 현재 항공사령부가 맡고 있는 안전관리 기능과 조직을 내년 4월까지 육군본부 전투준비안전단으로 이관해 육군본부 차원의 항공 안전감독·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헬기와 무인기가 함께 운용되는 비행장은 개별 점검 방식에서 유·무인기 통합점검 방식으로 개선한다. 국토교통부 등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항공안전 진단도 정례화할 방침이다.


rimsclub@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