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배송박스 크기 미리 확인

빈 공간 10%↓…박스 9종→14종

안성센터 하루 평균 1만6000건 처리

1만건 박스 추천 20~25분→건당 0.004초

주문부터 출고까지 30분…3초당 1박스

작업자 이동거리 18㎞→10㎞ 미만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냉장·냉동 상품이 출고를 앞두고 EPS(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냉장·냉동 상품이 출고를 앞두고 EPS(스티로폼) 박스에 담겨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헤럴드경제(안성)=정경수 기자] 냉동식품이 담긴 흰색 스티로폼 박스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쉼 없이 지나간다. 박스가 중량검수기를 통과하자 자동 테이핑과 운송장 부착 작업이 이어지고, 출고 라인에서는 약 3초마다 박스 하나가 빠져나왔다.

지난 8일 찾은 경기 안성 CJ대한통운 B2C 저온센터에서는 고객들에게 전달될 물품을 포장하는 작업이 분주히 이뤄지고 있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인공지능(AI)이 상품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해 마치 ‘테트리스’를 하듯 여러 조합으로 쌓아본 뒤 빈 공간이 가장 적은 박스를 골라냈다. 드라이아이스와 아이스팩, 완충재가 들어갈 공간까지 계산한다.

물류 현장에서만 이뤄지던 이 ‘박스 고르기’는 이르면 올해 말 소비자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으면 배송될 박스의 크기와 내부에 남는 빈 공간을 미리 보여주고, 소비자가 상품을 하나 더 담거나 빼면서 최종적으로 어떤 크기의 박스를 받을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전경.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전경. [CJ대한통운 제공]

예컨대 장바구니 속 상품이 박스 절반밖에 채우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상품을 하나 더 담아 빈 공간을 줄일 수 있다. 반대로 상품 하나를 빼는 것만으로 한 단계 작은 박스를 받을 수도 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물류센터 내부에서 활용하는 AI 기반 포장 최적화 기술을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철주 CJ대한통운 FT(풀필먼트·터미널)본부장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정도가 되면 내가 산 상품의 조합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박스가 오고, 빈 공간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소비자가 미리 알 수 있다”며 “네이버나 SSG 등 고객사에 제안해 함께 협업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철주 CJ대한통운 FT(풀필먼트·터미널)본부장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회사의 풀필먼트 사업 현황과 운영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윤철주 CJ대한통운 FT(풀필먼트·터미널)본부장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회사의 풀필먼트 사업 현황과 운영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AI가 ‘테트리스’ 하듯 상품 쌓는다…빈 공간 10% 줄여

박스 안에 남는 공간을 줄이면 포장재 사용량과 물류비를 동시에 낮추고, 차량 한 대에 실을 수 있는 물량도 늘릴 수 있다.

윤철주 CJ대한통운 FT본부장은 “빈 공간은 사실 물류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며 “빈 공간이 많으면 적재율이 떨어지고, 적재율이 떨어지면 기름도 낭비하고 전체적으로 물류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AI 기반 박스 추천 시스템 ‘로이스 오팩’이다. 시스템에는 수천개 상품의 가로·세로·높이 등 부피 정보가 입력돼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AI가 여러 상품을 가상 공간에서 ‘테트리스’처럼 이리저리 쌓아보며 빈 공간이 가장 적은 박스를 찾아낸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냉동 보관구역에 냉동상품이 적재돼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냉동 보관구역에 냉동상품이 적재돼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로이스 오팩 적용 이후 박스 내부의 빈 공간이 약 1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자가 포장할 박스를 직접 판단하는 과정도 줄면서 작업 효율도 높아졌다. 과거 시스템은 주문 1만건에 맞는 박스를 추천하는 데 약 20~25분이 걸렸지만, AI와 최적화 알고리즘을 결합한 로이스 오팩은 박스 추천에 약 0.004초가 걸릴 정도로 처리 속도를 끌어올렸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의 중량검수기. 주문정보에 기록된 예상 무게와 실제 박스 무게를 비교해 상품 누락이나 오투입 여부를 확인한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의 중량검수기. 주문정보에 기록된 예상 무게와 실제 박스 무게를 비교해 상품 누락이나 오투입 여부를 확인한다. [CJ대한통운 제공]

빈 공간 50% 넘기지 않게…박스 크기도 계속 바꾼다

박스 크기를 최적화하는 작업은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과대포장 규제 대응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로이스 오팩은 주문별로 실제 사용된 박스 규격과 상품 크기, 빈 공간 등의 정보를 데이터로 남긴다.

출고하기 전에 포장 기준을 벗어나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사후에도 각 포장이 관련 기준을 얼마나 준수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포장을 마친 스티로폼 박스가 자동 테이핑 설비를 통과하고 있다. 설비가 박스를 자동으로 밀봉해 출고 준비를 마친다. 정경수 기자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포장을 마친 스티로폼 박스가 자동 테이핑 설비를 통과하고 있다. 설비가 박스를 자동으로 밀봉해 출고 준비를 마친다. 정경수 기자

환경 측면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박스의 빈 공간이 줄면 같은 차량에 더 많은 상자를 실을 수 있어 배송 차량 운행과 연료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성센터는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포장 규격 자체를 계속 최적화하고 있다. 소비 패턴 변화에 맞춰 박스의 가로·세로·높이를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안성 저온센터는 기존 9종이던 EPS(스티로폼) 박스를 14종으로 늘려 상품 크기에 더 맞는 포장을 적용하고, 불필요한 빈 공간도 줄였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내부 냉동 보관구역 입구. 내부는 영하 18도 수준으로 유지된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내부 냉동 보관구역 입구. 내부는 영하 18도 수준으로 유지된다. [CJ대한통운 제공]

문 열자 입김이…밖은 28도, 안은 영하 18도

이날 찾은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는 이 같은 물류 기술이 이미 현장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약 1만8972㎡(5739평) 규모의 안성센터에는 냉동 4개, 냉장 1개, 출고장 1개 등 모두 6개 구역이 마련돼 있다. 112개 이커머스 셀러의 냉장·냉동 상품 2040종을 취급하며 하루 최대 2만5000건까지 출고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하루 평균 110명이 약 1만6000건을 처리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작업자가 냉장·냉동 상품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넣고 내용물을 검수한 뒤 뚜껑을 덮고 있다. 정경수 기자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작업자가 냉장·냉동 상품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에 아이스팩을 넣고 내용물을 검수한 뒤 뚜껑을 덮고 있다. 정경수 기자

이곳은 기존 용인 백암 거점에서 올해 6월 안성으로 옮기면서 규모가 5배가량 커졌다. 종전 센터가 약 1200평 규모의 4층 구조였다면 안성센터는 약 5700평을 한 층에 펼쳐 놓은 형태다. 물량 확대와 작업 동선 효율을 동시에 잡기 위해서다.

냉동실 곳곳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온·습도 센서도 눈에 띄었다. 자체 개발한 ‘로이스 온도’ 시스템이다. 사람이 정해진 시간마다 온도를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센터 곳곳의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설정 범위를 벗어나면 센터 운영자에게 즉시 경고가 전달된다.

스마트폰 하나 몰래 넣었더니 바로 ‘빨간불’

냉장 구역에서는 방한복을 입은 작업자들이 화면이 달린 카트를 끌고 선반 사이를 오갔다. 화면에는 어떤 위치에서 무슨 상품을 몇 개 꺼내야 하는지가 차례로 표시됐다. 작업자가 임의로 동선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효율적인 순서로 작업을 안내한다.

사람의 검수가 끝난 상자는 컨베이어벨트에 올라 중량검수기를 통과했다. 주문 정보에 저장된 예상 무게와 실제 무게의 차이가 기준치를 넘으면 정상 출고라인에서 자동으로 빠진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의 오토라벨러 설비가 포장을 마친 박스 정보를 인식해 운송장을 자동으로 출력·부착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의 오토라벨러 설비가 포장을 마친 박스 정보를 인식해 운송장을 자동으로 출력·부착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현장에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상품이 담긴 상자에 무게 167g짜리 스마트폰을 하나 넣어봤다. 상자가 검사기를 통과하자 곧바로 빨간색 불이 켜졌다. 컨베이어를 따라가던 상자는 정상 라인을 벗어나 ‘NG 박스’ 쪽으로 밀려났다. 기준 중량과 3%만 차이가 발생해도 이상 여부를 확인하도록 설계돼 있다.

검수를 통과한 상자에는 냉매재가 들어가고 자동 테이핑 장비가 스티로폼 박스를 밀봉한다. 이어 오토라벨러가 상자 정보를 읽고 운송장을 붙인다. 일련의 과정이 컨베이어를 따라 끊김 없이 이어졌다.

표수현 안성 B2C 저온센터장은 “안성센터에서는 주문 접수부터 피킹, 포장, 출고까지 30분 안에 처리하고 있으며 3초당 1개꼴로 박스를 출고한다”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포장을 마친 냉장·냉동 상품 박스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며 배송 권역별 허브터미널로 보내지기 위해 자동 분류되고 있다. 정경수 기자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에서 포장을 마친 냉장·냉동 상품 박스가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며 배송 권역별 허브터미널로 보내지기 위해 자동 분류되고 있다. 정경수 기자

하루 18㎞ 걷던 작업자…AI가 10㎞ 아래로 줄인다

AI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계산해 안전을 챙긴다. 예컨대 한 대의 피킹카트에 15~20개의 주문을 무작정 배정하면 작업자가 센터 곳곳을 반복해서 오가야 한다. CJ대한통운은 AI를 활용해 서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상품 주문을 묶고 가장 짧은 경로를 추천한다.

윤 본부장은 “과거 일반적인 B2C 물류센터에서 작업자가 하루 8시간 근무하면 약 16~18㎞를 걸어야 했다”며 “알고리즘을 적용하면서 12~13㎞까지 줄였고 최근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면서 10㎞ 미만까지 낮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출고장 전경. 포장을 마친 상품은 이곳에서 차량에 실려 배송 거점으로 이동한다. [CJ대한통운 제공]
CJ대한통운 안성 B2C 저온센터 출고장 전경. 포장을 마친 상품은 이곳에서 차량에 실려 배송 거점으로 이동한다. [CJ대한통운 제공]

“아직은 성장 드라이브”…저온·뷰티·패션 키운다

안성센터는 CJ대한통운이 풀필먼트 사업에서 저온 물류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전략의 일부다. CJ대한통운이 올해 7월 말 기준 운영하는 풀필먼트센터는 전국 235곳, 총면적 289만9000㎡다. 고객사는 약 2200곳으로 올해 들어서만 400곳 가까이 늘었다. 저온물류 거점은 전국 67곳이다.

윤 본부장은 “상품과 유통채널이 다양해지면서 풀필먼트 역시 단순한 보관·출고를 넘어 상품 특성에 맞는 물류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축적한 운영 노하우와 전국 단위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사의 물류 효율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최적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로봇이 박스에 완충재 ‘척척’…CJ대한통운, 물류현장에 휴머노이드 투입

로봇이 박스에 완충재 ‘척척’…CJ대한통운, 물류현장에 휴머노이드 투입

CJ대한통운이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물류센터 작업에 투입하여 단순 반복작업부터 시작해 향후 상품을 집어 옮기는 피킹과 검수 등으로 역할을 넓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61042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