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연간 감독 5만4000곳 그쳐
지자체, 임금체불·산안법 위반 감독·수사
진정·고소 사건과 노조법·중처법은 제외
감독관 120명 배치…1인당 첫해 30곳 담당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정부가 전체 사업장의 2.6%에 그치는 노동감독의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오는 12월부터 지방정부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노동감독 권한을 위임한다.
지방노동감독관은 임금체불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점검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와 과태료 부과까지 맡는다. 중앙정부에 집중돼 있던 노동감독의 일부를 지방정부로 넘겨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현장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진정·고소 등 신고 사건과 노동관계법상 인·허가 업무, 파견법·노동조합법·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안은 지방정부 위임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방정부가 모든 소규모 사업장을 임의로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지방 협의체가 사전에 선정한 사업장만 대상으로 한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제1회 전국노동감독협의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지방정부 노동감독체계 구축 및 실행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12월 8일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 시행을 앞두고 지방정부의 감독 범위와 대상 선정, 수사·사후관리 절차를 구체화한 것이다.
현재 노동부가 한 해 감독하는 사업장은 약 5만4000곳으로 전체 사업장의 2.6% 수준이다. 중앙정부 인력만으로 영세·소규모 사업장까지 감독하는 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3년간 중앙정부가 전담했던 노동감독을 중앙과 지방이 나눠 맡는 배경이다.
중앙정부는 감독행정 설계와 대형·중요 사건 대응에 집중하고, 지방정부는 지역 정보와 인·허가 자료를 활용해 생활밀착형 영세 사업장을 점검한다. 지방정부의 인·허가를 받는 업종과 소규모 건설현장, 외국인 노동자 다수 고용 사업장 등이 주요 대상이다.
지방정부에 위임되는 업무는 중앙노동감독관이 담당하는 19개 법률 가운데 근로기준법 등 13개 법률 위반에 대한 사업장 감독과 후속 수사, 과태료 부과·징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시정조치도 포함된다. 반면 노동자의 진정이나 고소로 시작된 신고 사건은 노동부가 계속 처리한다. 파견법과 노조법, 공무원·교원노조법 등 집단적 노사관계법, 중대재해처벌법도 위임 범위에서 빠진다.
감독 대상은 시·도별 지방감독관 수와 연간 감독 물량을 토대로 정한다. 지방감독관 1인당 감독 물량은 첫해 30곳에서 2년 차 40곳, 3년 차 50곳으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각 지역노동감독협의회가 체불 이력과 신고 사건, 인·허가 사업장 자료 등을 토대로 감독 물량의 2배수 안팎을 후보로 선정하면 전국노동감독협의회가 최종 명단을 확정한다. 폐업·휴업 등으로 감독 실익이 없으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산업재해나 사회적 논란이 발생하면 특정 업종을 추가할 수 있다.
지역별 중점 대상도 달라진다. 서울은 출판업과 병·의원·학원, 부산은 가죽·가방·신발 제조업과 건설·음식업, 경기는 섬유·가구·고무·플라스틱 제조업이 주요 후보군이다. 세종은 의료·정밀기기와 전기장비 제조업, 보건업이 포함됐다. 강원·전북·충남·전남은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일하는 농·어업을, 제주는 숙박업과 수상운송업을 우선 점검 대상으로 검토한다.
감독은 임금체불과 퇴직금·연차수당 등 노동자 권리구제와 직결되는 위반사항에 집중한다.
감독관 재량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체크리스트와 판단표, 임금·퇴직금 계산 모듈을 제공한다. 현장 감독은 원칙적으로 2인 1조로 진행한다.
법 위반이 적발되면 영세 사업장에는 우선 시정 기회를 준다. 확인감독에서도 시정되지 않으면 범죄인지 보고를 거쳐 수사에 착수한다. 지난해 30인 미만 정기감독 사업장 가운데 실제 범죄인지로 이어진 비율은 0.8%였다.
지방감독관이 처리하기 어려운 고난도 사건은 관할 지방노동관서로 넘길 수 있다. 지방정부가 감독 결과와 증거목록을 첨부해 이첩을 신청하면 지방노동관서가 필요성을 검토하고, 승인할 경우 해당 사업장에 대한 위임을 철회한 뒤 사건을 인계받는다.
노동부는 지방정부의 수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 중앙감독관-지방노동관서-검사’로 이어지는 3단계 체계를 구축한다. 각 시·도에는 베테랑 중앙감독관을 1∼2명씩 우선 파견한다. 지방노동관서는 지방정부의 법령 해석 질의에 원칙적으로 5일 이내 회신한다.
지방감독관은 시·도 소속 4∼7급 공무원 가운데 노동부가 정한 교육을 이수한 사람이 맡는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감독 착수에 필요한 기준인력 120명을 배정했으며, 정부는 지방감독 경비와 교육비로 올해 32억원을 편성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 총 96억원이 반영됐다.
노동부는 오는 10∼11월 신규 감독관을 대상으로 8주간 모의사건 실습 중심의 교육을 진행한다. 11월까지 노동부 전산망을 활용한 간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년 7월 지방정부 전용 노동정보시스템과 모바일 점검표를 개통할 계획이다. 노동법령과 판례·행정해석을 학습해 진술조서와 수사결과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노동감독관 AI 비서’ 도입도 추진한다.
지역별 감독 편차와 유착 가능성을 막기 위한 평가·통제 장치도 마련한다.
노동부는 내년부터 전담 조직과 인력, 교육 이수율, 시정 완료율 등을 점검하고 2028년부터 정부 합동평가에 반영한다. 위법·부당한 감독에는 시정명령이나 처분 취소·정지를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임 권한을 일부 또는 전부 철회할 수 있다. 지방감독관의 부정·비위를 접수하는 신고센터도 내년에 설치한다.
정부는 법 시행에 앞서 올해 9개 권역에서 지방노동관서와 지방정부가 참여하는 합동 감독·컨설팅을 총 4500개 사업장에서 진행한다. 경기와 제주는 12월 8일 법 시행과 동시에 지방감독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방정부의 감독은 소규모 사업장을 적발·처벌하기 위한 단속보다 법 위반을 예방하고 노무관리 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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