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노위, 산안·작업환경·인력운용서 실질적 지배력 인정
병원 “도급인일 뿐 사용자 아냐” 반발…중노위 판단 주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청소·보안 등 하청노동자의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인력운용에 대해 대전 을지대학교병원을 실질적인 사용자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중앙노동위원회가 10일 재심에 나선다. 지방노동위원회는 병원이 해당 사안에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지만, 병원 측은 도급인일 뿐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노동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을지대병원 새봄지부가 학교법인 을지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 사건의 재심 심판을 진행한다.
대전을지대병원에서 미화와 시설관리, 주차·차량 관리, 장례식장 관리, 보안·경비 등을 맡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병원 측에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복리후생, 인력운용 등을 의제로 직접 교섭할 것을 요구했다.
병원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자 노조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했다. 충남지노위는 지난 7월 16일 노조 측 신청을 받아들여 병원이 해당 교섭 의제에 관해 하청노동자의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병원 측은 이에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지노위는 하청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업무의 장소와 주요 시설·장비를 병원이 소유·관리하고 있으며,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의 변경과 운용에도 병원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산업안전과 작업환경, 인력운용 등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병원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미화노동자들은 병원 내부 청소뿐 아니라 일회용 의료기기 폐기물과 음식물쓰레기 처리, 외벽과 유리창 청소 등을 맡고 있다. 장례식장 노동자들은 입관과 상담 등 의전 업무와 병원 소유 차량 및 주차장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보안노동자들은 응급실 의료진 보호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안정병동 환자의 난동 등에 대응하도록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병원 특성에 맞춰 오후·야간 근무 인원도 지정되고, 업무와 관련한 일일 보고도 이뤄진다.
노조는 하청노동자가 참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설치하고 보호장구 지급, 휴게시설 확충, 연장근로수당 지급 등을 교섭할 것을 요구했다. 유해·위험 작업에는 2명 이상을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겼다. 하청업체 소속 미화노동자가 혼자 바닥 왁스 작업을 하다가 미끄러져 다친 사례가 발생했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미화 업무 담당자의 샤워시설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도 병원이 받아들이지 않아 화장실 옆 간이시설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휴게실 벽에 못을 박는 사소한 시설 변경에도 병원의 허가가 필요해 하청업체와의 교섭만으로는 작업환경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병원 측은 하청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은 도급인일 뿐 하청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하청노동자가 참여하는 별도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운영은 법적 의무 범위를 넘어선 요구이며, 휴게실 제공 역시 임대나 편의 제공에 불과해 사용자로서 제공하는 복리후생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중노위는 이날 노조와 병원 측의 의견을 다시 들은 뒤 병원이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는지 판단할 예정이다. 재심 결과는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안전과 작업환경 등에 어느 범위까지 교섭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가늠할 사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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