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0대 증여 신청 41건
10건 중 7건 성동구 집중
올해 누적도 전년 대비 3.8배 급증
“세제 개편에 자산이전 수요 자극”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달 서울에서 20대가 집합건물을 증여받은 사례가 약 9년여 만에 최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양도소득세 부담이 높아진데다 대출 규제로 청년층의 내 집 마련 허들이 높아지면서 자녀들에게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8월 서울 집 20대 증여 41건…68%가 성동구에 몰렸다
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만 19~29세 청년이 집합건물 소유권의 증여 신청을 한 건수는 41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6월(53건) 이후 1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로는 KB부동산 기준 평균 아파트 시세가 19억4116만원에 달하는 성동구가 28건을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의 68.3%로 20대 증여 10건 중 약 7건이 성동구에서 이뤄진 셈이다. 이어 구로구 4건, 도봉구 3건, 관악구 2건, 강서구·금천구·영등포구가 각각 1건으로 나타났다.
주택 구매력이 낮은 20대를 대상으로 한 증여는 올해 들어 급격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1~8월 서울에서 20대를 대상으로 한 집합건물 증여 신청은 총 9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건과 비교전하면 약 3.88배 수준이다.
젊은 청년층에 대한 증여 건수가 급증한 데는 개편된 세제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증여 건수가 급증한 시점이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와 맞물리면서 세 부담 변화에 대응하려는 자산 이전 수요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다주택자와 비거주 주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거주하지 않는 집’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상향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예정대로 중과되는 게 골자였다.
특히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에 공제 한도 ‘금액’을 도입해 양도차익에 비례해 공제액이 늘어나는 구조에 제동을 걸고, 1년 유예를 거쳐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는 10억원을 한도로 묶었다. 공제 체계를 기존 ‘보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전면 재편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차라리 자식에게 물려주자’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2029년부터는 보유 공제를 없애고 거주만 연 8%를 적용해 최대 80%의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증여하면 양도차익 ‘0원’”…대출 막힌 20대 ‘주거사다리’ 역할도
이 때문에 ‘살지 않은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매각과 증여를 놓고 저울질 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주택을 자녀에게 미리 이전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주택 수를 줄이면서 향후 종부세나 양도세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전체로 보면 ‘총량’을 유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부모가 자식에게 주택을 증여하면, 양도차익을 ‘0원’으로 가져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만 저가양도나 증여 등 어떤 방식이 더 세액을 줄일 수 있을지는 사례마다 다르다”고 했다.
최근 20대 증여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가 주택에 대한 세금 회피 목적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외곽 지역의 주택을 자녀들의 ‘자금 마련’을 위해 증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남 연구원은 “구로·도봉·관악 등 외곽에서 팔리지 않는 주택을 물려주기를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대출이 워낙 제한적이다 보니 자녀들이 집을 마련할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려는 취지로도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부모의 자산을 물려받은 20대와 그렇지 못한 청년층 간 주거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부모의 자산 규모에 따라 청년층의 주거 여건이 갈릴 수 밖에 없어서다.
정재훈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조교수는 “강화된 대출 규제와 고금리 기조 속에서 부모의 자본력이 청년층의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면서 20대를 겨냥한 사전 증여가 집중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며 “자산 이전을 지원받은 청년층이 조기에 주거 안정을 선점하는 반면, 자력으로 자금을 모아야 하는 대다수 청년은 높은 진입 장벽에 부딪혀 ‘출발선의 불평등’이 구조화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h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