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 부친상 치르고 3일 업무복귀
靑, 노태악 후임 임명동의안 국회에 미제출
기존 후보 제청이냐 새 추천위 구성이냐 주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부친상을 치른 조희대 대법원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사법부의 충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청와대가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대법관 후보 2명 가운데 김성수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만 국회에 제출하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임명 절차를 밟지 않기로 하면서, 대법관 인선의 공은 다시 조 대법원장에게 넘어왔다. 조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군에서 다른 후보를 재제청할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를 새롭게 구성해 인선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여권과 사법부 간 갈등의 후폭풍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부친상 장례 절차를 마치고 이날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31일 부친상을 당한 뒤 빈소를 지키며 업무 일선에서 잠시 물러나 있었다. 여권도 상중인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개적인 공세를 자제해왔지만, 조 대법원장의 업무 복귀와 함께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대법원으로 출근하면서 취재진과 만나 “부친상에 위로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가족끼리 (장례 절차를) 조촐하게 치르려 했는데 갑자기 요란스럽게 돼서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먼저 언급했다.
이어 ‘대법관 후보자를 재제청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동안 업무 관계로 전혀 논의를 한 바가 없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해보고 말씀드리겠다”며 “전혀 그런 보고를 받거나 이야기한 적이 없어서 들어가서 경과를 들어보고 다시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노태악 전 대법관과 이달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후임으로 각각 손 부장판사와 김성수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제청했다. 이후 청와대는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함께 제청된 김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임명 절차에 착수했다. 두 대법관 후보자 가운데 한 명에 대해서만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후보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 주기 바란다”며 조 대법원장에게 후보자를 다시 제청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월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 가운데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다른 인물을 선택해 달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부친상을 당하기 전인 지난달 28일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이라며 “다음 주 중에 정리가 되면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례 절차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만큼 조만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행법상 이번과 같은 상황에 대한 명확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후보추천위가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추천하면 대법원장은 그 추천 내용을 존중해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 후보추천위는 후보자 추천을 마치는 즉시 해산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추천위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 뒤 대통령이 해당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밟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이미 한 차례 제청이 이뤄진 만큼 새로운 후보추천위를 구성해 국민 천거 단계부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해석과 기존 추천위의 추천 결과 자체는 여전히 유효해 남은 후보 가운데 재제청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새 후보추천위 구성을 택할 경우 여권과 사법부의 충돌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새 후보추천위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법원조직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군 가운데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하도록 절차를 명문화하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조 대법원장이 기존 후보군에서 다른 인물을 재제청할 경우에는 청와대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된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후보의 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선례가 남을 경우, 헌법이 보장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선택지도 거론된다. 기존 손 부장판사 제청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대통령에게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방안이다.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행위가 헌법상 보장된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정치적·제도적 대립을 넘어 헌법기관 간 권한 다툼으로 번지게 된다. 헌법상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의 범위를 헌재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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