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생수병만 조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국경과 문화를 막론하고, 세계 곳곳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식재료 ‘소금’. 그야말로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해 온 대표적인 식재료다.
그런데 우리가 매일 소금과 함께 섭취하고 있는 물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미세플라스틱’이다.
실제 국내 연구진이 다수 식용 소금을 분석한 결과, 1kg 봉지에 약 1190개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소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간장, 액젓, 젓갈, 해조류는 물론 꿀과 맥주, 음료까지. 국내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먹거리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사용되는 가소제 등 화학물질까지 식재료 곳곳에서 검출되는 상황.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같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2일 환경학계에 따르면 대구대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양대 등 공동연구팀이 천일염과 암염, 호수염 등 여러 종류의 식용 소금에 함유된 미세플라스틱을 분석한 결과, 천일염에서 1kg당 평균 584.5㎍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일염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의 98.4%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페트(PET)였다. PE와 PP는 각종 용기와 포장재 등에 널리 쓰이고 PET 역시 음료수병 등의 재료로 흔히 사용된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도 상당수였다. 천일염과 암염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 중 7.2% 이상은 크기가 20㎛보다 작았다. 20㎛는 0.02㎜ 수준이다. 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푸드 케미스트리(Food Chemistry)’에 게재됐다.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로 환산한 별도 연구 결과도 있었다. 고려대 등 국내 공동연구진이 지난 2023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천일염의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은 1g당 1.19개 수준. 1kg 소금 한 봉지로 환산할 경우, 약 1190개에 해당한다.
미세플라스틱은 통상 크기 5㎜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플라스틱 제품이 마모되거나 잘게 부서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져 물과 공기, 토양 등 환경 곳곳으로 퍼진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플라스틱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크기가 작은 일부 입자는 인체 장벽을 넘어 혈류나 조직까지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사람의 혈액과 폐, 간, 신장, 뇌 등 인체 조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면역 반응이나 염증, 생식 건강, 심혈관계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기존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주로 생수병이나 음료 용기 등 플라스틱 포장재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포장재를 넘어 식품 자체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잇따라 검출되고 있다.
간장과 젓갈, 해조류는 물론 매일 음식에 넣는 소금 같은 필수 조미료까지 예외가 아니다. 특정 포장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마시는 식품 전반으로 미세플라스틱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동 연구에 따르면 간장, 액젓, 젓갈, 해조류는 물론 꿀과 맥주, 음료 등 8개 식품군, 90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모든 식품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확인됐다. 전체 조사 제품에서는 고형식품의 경우 1g당 최대 20개, 액체식품에서는 1리터당 최대 117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오는 경로는 식품마다 달랐다. 연구진은 소금 제조 과정, 음료 제조·포장 과정, 젓갈이나 해조류에 사용되는 소금 등 다양한 외부 경로가 미세플라스틱 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우리가 식재료를 통해 접하는 플라스틱 관련 물질은 미세플라스틱뿐만 아니었다. 플라스틱을 만들 때 넣는 각종 화학물질 또한 다수 식재료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게 ‘프탈레이트’. 플라스틱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가소제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2023~2024 바이오 모니터링 실험 결과에 따르면 채소, 달걀 등 종류를 막론한 국내 유통 식재료 376개에서 최소 한 종류 이상의 프탈레이트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식품, 가공식품, 육류 외에도 곡류, 채소류 등 모든 식품군에서 프탈레이트가 검출됐다. 총 프탈레이트 농도는 달걀, 유제품, 가공식품 순으로 높았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애초에 총 90종의 식재료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분석하는 과정에서 프탈레이트 오염이 너무 높아 기준을 변경했다”며 “최종적으로는 60종의 식재료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식품이 생산되고 가공·포장돼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다양한 경로에서 플라스틱 관련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개인이 마트에서 제품 하나를 잘 고르는 것만으로 미세플라스틱 등 유해물질을 완전히 피하기 힘든 이유다.
특히 소비자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싶어도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린피스·녹색연합·환경운동연합·노동환경건강연구소 등 국내외 17개 단체로 구성된 ‘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지난 6월 전국 성인 1000명을 조사한 결과, 68.7%는 구매하려는 제품이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로 판매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플라스틱 감축이 가장 시급한 분야로도 ‘포장재’가 꼽혔다.
정부도 지난 4월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내놓고 오는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 전망치 대비 신규 플라스틱 원료 사용을 30% 이상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배달용기 경량화와 택배 과대포장 제한, 다회용기 확대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기업과 소비자의 자발적인 참여만으로는 플라스틱 사용을 충분히 줄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린피스는 성명을 통해 “단순한 권고와 자율을 넘어, 경제적 유인책과 법적 강제 수단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회용품 규제를 복원하고, 다회용기 사용 역시 단순 권고가 아닌 법적 의무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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