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1%↓ 99.25달러
지난 8일 이후 처음 100달러 하회
사우디 동서 송유관 재가동 시작
라스 타누라서 1200만배럴 출항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국제유가가 약 2주 만에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이란을 향해 ‘전멸’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시장은 군사적 충돌 확대보다 협상 가능성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공급 회복에 무게를 뒀다.
22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원유 가격의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1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1.1% 하락한 배럴당 99.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100달러 아래에서 마감한 것은 지난 8일 97.92달러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0월물도 전장보다 1.2% 내린 배럴당 94.59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에 협상과 ‘전멸(annihilate)’이라는 극단적인 두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는 “이란과 합의해 그들이 재건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 훨씬 더 위대한 국가를 만들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이란을 신속히 전멸시켜 다시는 사람을 살해하고 국가를 파괴할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선거 직후 합의가 성사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협상 타결 가능성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멸’과 ‘지옥’ 등의 표현까지 동원하면서 유엔총회장에 있던 이란 대표단이 퇴장했지만 국제유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보다 이란과의 외교적 해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를 밀어 올렸던 중동의 원유 공급 차질이 완화될 조짐이 나타난 점이 유가를 끌어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10억배럴 상당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호위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원유가 미군의 보호 아래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가동이 중단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도 재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송유관은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생산한 원유를 홍해 연안 얀부까지 운송하는 핵심 수송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동서 송유관은 이미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번 주말까지 송유량을 상당 부분 회복한 뒤 오는 29일께 수출을 재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동부에서도 원유 선적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해운 데이터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사우디 최대 원유 수출 거점 중 하나인 라스 타누라 항에서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원유 선적이 이뤄졌다.
초대형 유조선(VLCC) 6척이 총 1200만배럴의 원유를 싣고 출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동의 주요 원유 수송로가 하나둘 정상화되면서 전쟁 이후 국제유가에 붙었던 공급 차질 우려가 일부 완화되고 있는 셈이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