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가능한 사랑’ 경쟁 부문 초청
거장 귀환·작가주의 영화 강세 특징
대니 보일 ‘잉크’ 개막작…21편 경쟁
조지 클루니 등 세계적 스타들도 총집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국제영화제가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83번째 막을 올린다. 한국에서는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 등을 만든 거장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의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에 도전한다.
올해 베니스는 이 감독을 비롯해 오랜만에 베니스를 찾은 거장들의 귀환, 그리고 작가주의 경향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이날 저녁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2일까지 11일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섬 팔라초 델 시네마 일대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트레인스포팅’(1996), ‘28일 후’(2002),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 등을 연출한 대니 보일 감독의 신작 ‘잉크(Ink)’다. 1969년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과 편집장 래리 램이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을 창간하던 시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제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품었던 한 무리의 비전가들과 괴짜들에 관한, 폭발적이고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베니스 경쟁 복귀’ 이창동 “최초의 반응이 궁금하다”
올해 영화제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단연 이창동 감독의 경쟁 부문 복귀다. 이 감독의 신작이 베니스 경쟁 부문에 초청된 건 2002년 ‘오아시스’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한국 영화 전체로는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이어 2년 연속 본선 진출의 기록이다. 당시 박 감독은 13년 만에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오는 5일 오후 7시(현지시각)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될 그의 신작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등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전도연과 설경구, 그리고 조인성과 조여정이 주연했다.
‘가능한 사랑’은 넷플릭스 투자를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글로벌 플랫폼과 예술영화의 결합이라는 면에서 업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 산업이 침체기를 지나던 때, 극장 영화 제작을 위한 충분한 투자를 찾지 못한 감독은 제작 초기 단계부터 그를 기다려 준 넷플릭스의 손을 잡았다.
이 감독은 지난달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이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 최초의 반응이 궁금하다”면서 “그 최초의 반응들이 세계적으로도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베니스영화제 경쟁 진출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고레에다·헤어초크·모레티…돌아온 거장들의 각축전
올해 장편 경쟁 부문에는 ‘가능한 사랑’을 포함해 총 21편이 초청됐다.
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한 보일 감독의 ‘잉크’를 비롯해 만화 ‘체인소 맨’의 후지모토 다쓰키 작가의 작품을 실사화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룩백(Look Back)’, 마틴 맥도나 감독의 ‘와일드 호스 나인(Wild Horse Nine)’, 지난해 베니스 평생공로상 수상자인 베르너 헤어초크 감독의 ‘버킹 패스터드(Bucking Fastard)’, 2001년 ‘아들의 방’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난니 모레티 감독의 ‘숙체데라 퀘스타 노테(Succederà questa notte)’, 플로리안 젤러 감독이 연출한 심리 스릴러 ‘벙커(Bunker)’ 등 화제작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세계적 거장들의 신작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특히 올해 라인업에서 두드러지는 건 상업성보다 감독 개인의 색채가 뚜렷한, 이른바 작가주의 성향의 강세다. 지난해 베니스에서는 짐 자무시 감독이 가족 간의 정서적 단절을 담담하게 그린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로 깜짝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당시 벤 하니야의 다큐멘터리 ‘힌드의 목소리’ 등도 유력 후보로 거론되며 예술적 완결성에 무게를 둔 영화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로이터는 이와 관련 “올해 할리우드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면서 “올해 라인업은 최근 몇 년간 스튜디오 영화 위주였던 것과 달리 독립 영화와 작가주의 영화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베니스를 찾을 ‘별’들의 면면은 어느 때보다 화려할 전망이다. 83회 베니스영화제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조지 클루니를 필두로 로버트 패틴슨, 페넬로페 크루즈·하비에르 바르뎀 부부, 앨리샤 비칸데르, 수잔 서랜든, 존 말코비치, 알 파치노, ‘오아시스’의 리암 갤러거와 노엘 갤러거, 러셀 크로우 등의 스타들이 레드카펫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은 배우 겸 감독 매기 질렌할이 맡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로 잘 알려진 그는 감독 데뷔작 ‘로스트 도터’로도 베니스와 인연이 깊다. 이 외에 튀니지 출신 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 프랑스 감독 자비에 지아놀리, 홍콩 감독 두기봉 등 다양한 국적의 영화인들이 심사위원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제83회 베니스영화제 수상작은 폐막일인 오는 12일 저녁 발표되며, 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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