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동맥질환·뇌경색, 발생 부위 달라도 혈류 관리가 핵심
항혈소판 치료제와 은행잎 추출물 병용 시 혈전 억제·혈행개선 기전 주목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혈액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구성요소다. 폐에서 받아들인 산소를 우리 몸의 조직과 세포에 전달하고, 이산화탄소는 가져와 밖으로 내보낸다.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와 호르몬 등도 혈관을 타고 전달된다. 때문에 혈관의 건강은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혈관과 관련된 건강 문제 중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 중 하나는 혈전이다. 혈전은 혈관 안에서 혈액이 굳어 생긴 덩어리를 말한다. 혈전은 손상된 혈관을 막아 출혈을 멈추는 정상적인 과정에서 생길 수 있지만, 혈관 안쪽이 손상되거나 혈류가 느려지고 혈액이 쉽게 굳는 상태가 되면 혈관을 막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혈전 질환, 어떤 것이 있나?=혈전은 말초동맥질환과 이어진다. 가볍게는 말초 동맥을 서서히 막아 다리 등 하지에 통증이나 염증을 유발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다리 등 말초 부위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줄어드는 질환이다.
고지혈증으로 인한 동맥경화증이 주요 원인이며 고혈압, 당뇨, 흡연 등이 주요 유발 인자로 꼽힌다. 극심한 운동이나 피로로 인한 일시적 증상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일정 거리를 걸을 때마다 통증이 생기고 쉬면 나아지는 양상이 반복된다면 영상검사나 동맥 혈류 검사를 통해 혈관 문제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더 심각한 쪽은 뇌 혈관이다. 혈전이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뇌혈관질환은 뇌경색, 뇌출혈이 있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이다. 뇌출혈은 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증이다.
뇌경색이 발생하면 반신마비, 언어장애, 시야장애, 어지럼증 등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거나,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에도 뇌졸중의 경고 신호일 수 있어 즉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이들 증상은 65세 이상 노인의 사망원인 1위로 사소한 증상이 감지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걷다가 쉬면 나아지는 다리 통증, 혈관 문제일 수 있어=혈전이 쌓이기 시작하면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은 간헐적 파행이다. 말초동맥질환에서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걷거나 운동할 때 다리에 통증이 생기고 멈추면 나아지는 증상이다. 다리로 가는 동맥이 좁아지면 근육에 필요한 만큼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다. 가만히 있을 때는 큰 불편이 없더라도 걷기 시작해 근육이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면 혈액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통증이 나타나는 보행 거리가 점차 짧아질 수 있다. 더 심해지면 걷지 않고 쉬고 있을 때도 통증이 나타나거나 다리가 차갑게 느껴지는 냉감, 피부색 변화, 상처 회복 지연 등이 동반될 수 있다. 혈류 감소가 심한 상태가 지속되면 궤양이나 조직 괴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 단순한 근육통, 체력의 문제로 여기고 넘길 경우 혈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 의료 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혈전, 원인과 치료는?=혈전은 동맥경화증이나 감염 등으로 혈관에 손상이 발생하거나, 혈액이 과다하게 응고되거나 혈류 속도 문제 등 원인이 개별적으로,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다.
때문에 혈전의 관리와 제거 역시 발생 인자에 작용하는 항혈전제 등을 투약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혈액응고인자에 작용하는 항응고제나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를 통해 혈전 생성을 방지하거나 혈전을 용해하는 기전이다.
항혈소판제는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어 혈전을 만드는 과정을 억제한다. 아스피린, 클로피도그렐, 실로스타졸 등이 대표적으로 사용되며 성분마다 작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 아스피린은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클로피도그렐은 혈소판을 활성화하는 신호를 차단해 혈전 생성을 줄인다. 실로스타졸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동시에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을 한다.
▶혈전 형성 억제와 혈관 상태까지 함께 관리=최근 말초동맥질환의 약물치료에서는 항혈전제로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동시에, 좁아진 혈관을 통한 혈류를 개선하는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질환의 원인인 혈전을 제거하는 동시에 혈액순환 개선제를 투약해 혈관 내 혈류가 잘 흐르게 해 혈관 내 덩어리가 쌓이거나 뭉치지 않게 관리하는 형태다.
약물 요법으로는 항혈전제와 혈액순환개선제를 함께 투약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PDE3 억제제인 실로스타졸과 혈행개선제인 은행잎추출물은 복합제로 출시돼 병행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실로스타졸은 PDE3(phosphodiesterase type 3)를 억제해 cAMP(cyclic adenosine monophosphate)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cAMP가 혈소판 활성화의 전(全) 과정에 핵심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이 수치를 증가시켜 혈전생성의 모든 루트를 차단할 수 있다.
은행잎추출물은 △혈액순환개선 △항산화 작용 △신경 보호의 기존을 통해 혈류 개선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 약제다. 손발저림, 어지럼증 등 일상적 증상부터 뇌혈류를 개선해 인지기능장애와 치매 예방까지 혈류 문제로 발생하는 다양한 영역의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다. 혈관을 확장, 혈류를 증가시켜 뇌와 말초 조직에 더 많은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함에 따라 말초동맥질환(PAD)과 같은 혈액 순환 장애를 개선하고 간헐적 파행 등 증상을 완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두 약물의 병용 효과는 두 성분을 함께 함유한 복합제의 임상 결과에서 확인된 바 있다. 국제학술지 ‘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 게재된 제2형 당뇨병 환자 105명 대상 임상에서 실로스타졸 200mg·은행잎추출물 160mg 병용군은 12개월 후 경동맥 내중막두께가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아스피린군과의 비교에서도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 경동맥 내중막두께는 혈관 벽이 얼마나 두꺼워졌는지를 측정해 동맥경화 진행 정도를 살펴보는 지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는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혈관벽이 두꺼워져 혈관 안쪽이 좁아지고 혈액의 흐름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며 “실로스타졸과 은행잎추출물 병용군에서 경동맥 내중막두께가 감소한 결과는 혈전 생성 억제와 혈류 개선을 함께 고려하는 병용치료가 동맥경화성 혈관 변화의 진행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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