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행안부에 사건 은폐 재발방지 대책 보고
[헤럴드경제=김아린 기자] 최근 제주에서 경찰이 허위로 종결한 실종사건의 피해자들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자 경찰은 전국 실종사건을 전수조사하는 한편 전산상 실종을 해제하기 전 반드시 관리자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등 연일 대책을 내놓고 있다.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오는 11월까지 최근 3년간 종결된 전국 실종사건 31만건을 모두 점검하고, 허위실종의 추가 피해 사례가 있는지 살피겠다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에 보고했다. 또 경찰관 한 명이 단독으로 실종사건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야간에는 2인1조로 실종수사를 하고, 내부망에서 실종자를 해제하기 전 팀장의 승인 기능을 추가하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일선에서는 한 해 7만건의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실성이 없는 대책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시내 경찰서의 한 형사과 직원은 “쏟아지는 실종신고를 건 마다 여러 인원이 달라붙어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몇 달간 반짝 고삐 조이다 결국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적 보강 없이 절차만 강화해서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7만명 성인 실종을 전부 처리하려면 14만 경찰 1명당 실종자 2명씩을 맡아야 한다”며 실정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성인 실종자도 아동과 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와 마찬가지로 수색과 수사를 제도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경찰 자정 노력에만 맡겨둘 수 없다”며 “성인실종법 논의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제주 실종사고 은폐 등을 계기로 민주당은 경찰개혁추진단을 출범해 경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모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미란(37) 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지 약 2시간 30분 만에 자체 종결했다. 부 경장은 “실종자와 연락이 닿았다”며 내부에 허위 보고하고, 장씨의 기록을 경찰 내부망에서도 삭제했다. 그 과정에서 장씨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교통사고 사망’ 처리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부 경장이 장씨의 사건을 허위 종결한 정황은 장씨의 가족이 여러 차례 실종신고를 하면서 드러나게 됐다. 부 경장이 장씨와 연락했다고 주장한 시점 통화 내역은 없었다. 결국 장씨는 실종 3개월여 만인 지난 24일 그가 머물던 숙소에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장소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 경장은 장씨 외에도 지난 22일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 실종자의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자체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 경장은 지난해 3월부터 실종팀에서 근무하면서 289건의 실종 사건을 혼자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장씨가 타살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하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26일과 27일 언론에 부검의 구두 소견과 현장 감식 등을 종합한 결과 장씨가 범죄 피해를 당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며 ‘목 맴 사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씨는 이미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발견돼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점을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했다. 제주청 관계자는 “시신이 부패돼 명확하진 않다”면서도 “장씨가 집에서 가지고 나간 것으로 추정되는 끈과 함께 발견됐다“고 말했다. 장씨의 유서나 정신과 치료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감식은 아직 진행 중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제주 허위종결 사태와 관련해 지난 26일 긴급 경찰 지휘부 회의를 개최하고 “광주 경찰 비리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경찰관들의 비위, 기강해이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큰 불안을 안겨주고 있다“며 “경찰 지휘부와 함께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경찰 비리와 관련한 윤 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두 번째다. 윤 장관은 지난달 16일에도 경찰이 광주에서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의 혐의를 조직적으로 축소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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