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는 무혐의…상호 합의 성관계로 판단
법원 “부적절한 처신” 징계 자체는 인정
다만 “감봉 1개월은 지나치게 무거워 가혹”
“국가가 공무원 사적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결혼을 앞두고 해외연수 중 직장동료와 불륜을 저지른 공무원에게 감봉 1개월 징계 처분한 것을 취소하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로서 임신한 약혼자에 대한 배신적 행위”라면서도 “공무 수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행정2부(부장 주경태)는 공무원 A씨가 “감봉 1개월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달 9일 A씨 승소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5월, 인사위원회에서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조사 결과 임신하고 결혼을 약속한 상대방이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A씨는 2023년 11월께 직장동료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 해외연수 중에 성관계를 가졌고, 그 전에도 성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연수 이후 A씨는 성추행·성폭행미수·성폭행·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를 당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불륜 상대방이 “A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다”며 A씨를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은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봤다. A씨는 이 사건 이후 약혼자와 결혼했지만 현재는 이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사위원회는 “A씨가 품위 유지 의무를 어겼다”며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소청심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해 12월,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해당 행위는 직무와 무관한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비위”라며 “비위의 정도가 가벼우므로 감봉 1개월 처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해당 해외연수는 공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낮은 직무포상 성격이었다”며 “사적인 시간에 상호 합의로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징계사유 자체는 인정된다면서도 징계 수위가 너무 무거워 가혹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는 결혼을 앞둔 채 연수 중 다른 동료 공무원과 성관계를 가지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며 “해당 여성의 고소를 계기로 이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주위에 알려져 공무원 조직 내 물의를 야기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공무원으로서 위신과 명예를 손상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부적절한 성관계가 개인 휴식시간에 이뤄진 것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다만 “감봉 1개월 처분은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며 취소했다.
1심은 “공무원 역시 헌법이 보장하는 사생활의 자유의 주체”라며 “몸가짐을 이유로 한 징계는 자칫 국가가 공무원 개인의 사적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의 부정행위는 기본적으로 내밀한 사적 영역에 관한 것”이라며 “공무원 조직 내 공직기강 확립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공무수행에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정행위 당시 상급자로서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사정도 발견되지 않는다”며 “성폭행 등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상호 합의 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여지가 크다”고 짚었다.
아울러 “개인 휴식시간에 발생한 일로서 부정행위가 장기간 지속된 것도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A씨가 공무원으로서 주의의무를 극도로 게을리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1심은 “감봉 1개월 처분이 확정되면 A씨는 보수의 3분의1이 삭감되며 일정 기간 승진, 호봉 승급, 성과급 지금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된다”며 “불이익이 결코 가볍지 않으므로 가벼운 징계 처분을 통해서도 A씨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지난 7월 확정됐다.
notstro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