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흑자 목표…배당보다 자본 축적
무분별한 알트코인 상장에 강한 경고
“STO는 필수” 골드코인 등 RWA 확장
원화 스테이블코인 효용엔 ‘의문’ 표해
“韓리더 그룹, 가상자산 의미에 부정적”
[헤럴드경제=유혜림·경예은 기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디지털엑스를 단순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실물연계자산(RWA)·증권형토큰(STO)을 아우르는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알트코인 상장 관행을 겨냥해 고객 손실 가능성을 알면서도 회사 수익을 위해 상품을 공급하는 것은 “사기”이자 “범죄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투자자 보호도 거듭 강조했다.
▶내년 흑자 목표 “배당보다 자본 축적”=박 회장은 26일 저녁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디지털엑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내부 강연에서 “우리가 코빗을 인수한 것은 단순히 ‘코리아 비트코인’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크립토, 스테이블코인, RWA, STO 등 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디지털엑스의 2027년 흑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내년에 흑자가 난다고 바로 배당하면 안 된다”며 “회사가 좋아지려면 자본을 축적하고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엑스가 흑자를 내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검토하려 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상황을 봐서 디지털엑스를 거래하는 고객에게도 증자 참여 기회를 주는 방안을 과감하게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고객 보호 먼저” 박현주, 알트코인 상장 경고=가상자산 거래소의 알트코인 상장에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서슴없이 했던 게 알트코인”이라며 “한국 거래소에만 상장돼 있는 알트코인이 거의 300개 종류가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사기 친 거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며 “손해 본 사람들은 다 여러분들이 상대하는 고객이었을 것”이라고 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 손실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수수료·성과를 위해 상품을 공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 행위”라며 “그런 일을 하려면 직장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의 IPO 원칙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했다. 고객에게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공모주를 권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내부에 제동을 건다며 “고객이 손해 볼 가능성을 알면서도 수수료나 성과를 위해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현주 “STO는 반드시 해야”=디지털엑스에는 크립토 부문에 집중된 조직과 사업을 스테이블코인·RWA·STO 중심으로 넓혀야 한다고도 주문했다. 금·은과 같은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한 ‘골드코인’, 전력 생산자산과 연계한 ‘전기코인’ 등을 새 사업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박 회장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라고 하지만 실제 금은 아니다”며 “중앙은행들이 금을 대규모로 매수하는 상황이라면 금을 기반으로 한 골드코인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STO 시장 진출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STO는 반드시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SK하이닉스 같은 기업의 자산을 잘게 나눠 토큰화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경을 넘는 크로스보더 디파이(DeFi)에 대해서는 “한국에서 주장하는 것은 개념적으로 잘못됐다”며 “통화정책과 금융정책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효용성 ‘의문’”=박 회장은 국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효용에는 신중론을 폈다. 그는 “결제의 본질은 페이먼트”라며 “은행 계좌 하나나 증권사 계좌 하나만 가지고 어디든 돈을 보낼 수 있게 되면, 결제 매개수단으로 꼭 스테이블코인을 넣어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오면 굉장히 잘될까, 저는 퀘스천”이라고 했다.
또 스테이블코인을 두고는 한국과 미국의 상황을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를 유지하고 미국 국채 수요를 만들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며 “여러분에게 시혜를 주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미국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단기 국채를 소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이 지연되는 배경에 정책 결정권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리더 그룹이 비트코인과 가상자산 의미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올라가서 몇 사람이 돈을 버는데 국가에 기여한 것이 뭐냐는 큰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자꾸 지분 제한을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비트코인에 투자하더라도 자산의 일부만 투자해야 한다”며 대출을 활용한 가상자산 투자에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비트코인이 쌀 때 산 사람은 돈을 벌었을 수 있지만, 가격이 크게 오른 뒤에 뛰어든 사람 중 돈을 번 경우는 많지 않다”며 “대출까지 받아 투자하면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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