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부터 차례로 무비자 입국…서울 모텔서 함께 생활
추석 휴무 첫날 1시간가량 범행 후 당일 중국행
3명은 첫 한국 방문…1명은 범행 전 서현동 다녀가
업주 “지난해부터 상호 변경 요구”…영업 재개 때 변경키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 중식당을 훼손한 중국인 남성 4명이 범행 약 한 달 전부터 차례로 입국해 같은 모텔에서 생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식당이 추석 연휴로 문을 닫는 첫날을 골라 범행한 뒤 곧바로 중국으로 출국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경찰은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27일 경기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공동재물손괴 등 혐의를 받는 20~40대 중국 국적 남성 4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이들은 지난 24일 오전 2시40분께 분당구의 한 중식당에 들어가 약 1시간 동안 내부 곳곳에 래커와 페인트를 칠한 혐의를 받는다. 식재료에는 농약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물질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8월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두 차례에 걸쳐 무비자로 입국한 뒤 서울 성동구의 같은 모텔에 머물렀다. 식당이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문을 닫는다는 점도 미리 파악했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특히 모텔을 26일까지 예약해 놓고도 범행 당일인 24일 급히 출국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뒤 함께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했고, 3명은 오전에, 나머지 1명은 오후에 각각 중국 옌타이와 상하이 등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방문 이력도 거의 없었다. 4명 가운데 3명은 이번이 첫 한국 입국이었고, 나머지 1명만 올해 제주도를 한 차례 방문한 기록이 확인됐다. 이들 중 한 명은 범행 며칠 전 식당이 있는 서현동을 찾기도 했다. 다만 경찰은 이 방문이 사전 답사를 위한 것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신고 당일 CCTV 등을 분석해 용의자들을 추적했지만 신원을 특정했을 당시 이들은 이미 한국을 떠난 뒤였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후 택시를 타고 달아나는 용의자가 총 4명인 것을 확인하고 신속하게 신원을 특정했지만, 그때는 이미 용의자들이 비행기에 몸을 실은 뒤였다”며 “국제사법공조 등을 통해 용의자 추적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해당 식당의 상호에 불만을 품고 범행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당 식당은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이름을 상호로 사용해왔다.
업주는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상호를 바꾸라는 항의가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된 상황에서 상호가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전화였다는 설명이다.
업주는 “APEC을 앞둔 지난해 7~8월께부터 갑자기 이를 문제 삼는 항의가 이어졌다”며 “서로 다른 목소리의 전화만 30~40통을 받았으며, 그중에는 상호를 바꾸면 거액을 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막상 돈을 지급한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식당을 겨냥한 훼손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21일 새벽에도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남성 2명이 외부 간판에 검은색 페인트를 칠한 뒤 달아났다. 다만 경찰은 당시 사건이나 과거 항의 전화와 이번 중국인 4명의 범행이 서로 관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업주는 상호를 바꾸기로 했다. 그는 “수습을 마칠 때까지는 휴무할 예정이며, 앞으로는 상호를 변경해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중국 당국과의 국제사법공조를 통해 용의자들의 소재를 확인하는 한편 범행을 지시하거나 도운 인물이 있는지, 국내 체류 기간 누구와 접촉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