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사건 무마 비위 강남서 경찰 구속기소

사건 5건 무마·수사 정보 제공…금품·향응 수수

피의자 참고인으로 바꿔 수사 대상서 제외하기도

자본시장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양정원 남편인 재력가 이모 씨가 지난 4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자본시장법 위반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양정원 남편인 재력가 이모 씨가 지난 4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주가조작 사범과 유명 인플루언서 남편 등으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고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전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주가조작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건관계인과 유착한 경찰관의 부패 범죄를 적발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신동환)는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전 강남경찰서 수사팀장 송모 경감을 구속기소 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송 경감과 함께 향응을 받은 경찰청 소속 경찰관과 송 경감에게 금품을 제공한 인물도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경감은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으로 근무하던 2024년 12월께 온라인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던 양정원 씨의 사기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전산상 피의자로 등록돼 있던 양씨를 참고인으로 임의 변경해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혐의를 받는다.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바꾸려면 별도의 근거와 서류가 필요한데, 검찰은 결재권을 가지고 있던 송 경감이 수사를 담당했던 후배 경찰관에게 변경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피의자를 임의로 참고인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피의자를 참고인으로 변경하면서 양씨는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회도 잃게 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형사소송법상 고소인은 피의자에 대한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참고인은 불송치 결정의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송 경감이 사건 청탁을 받고 담당 경찰관들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확인하거나 “이미 본 사건이니 무혐의로 빨리 끝내라”고 압박하는 등 수사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빨리 끝나지 않자 고소인에게 고소 취소를 종용하는 과정에도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

송 경감은 양씨 사건과 관련한 경찰 수사 상황 등 공무상 비밀을 이씨에게 알려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송 경감이 이씨와 사건 처리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담당 경찰관만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수사 정보를 알려준 사실을 확인했으며, 실제 수사 진행 상황과 송 경감이 전달한 내용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송 경감이 양씨의 남편 이씨와 친분이 있는 경찰청 소속 경찰관 B의 연락을 받고 이같이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후 송 경감과 해당 경찰관은 이씨에게 사건 무마에 대한 대가와 추가 사건 청탁 명목으로 수백만원 상당의 유흥주점 접대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양씨는 2024년 7월께 필라테스 학원 가맹점주들로부터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됐으나 같은 해 12월 경찰은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결정했다.

양정원씨 사건 무마 혐의를 받는 경찰청 소속 경찰관 B씨와 시세조종 주범 D씨 사이 통화 내역(왼쪽)과 2025년 접대장소인 유흥업소 사진 [서울남부지검 제공]
양정원씨 사건 무마 혐의를 받는 경찰청 소속 경찰관 B씨와 시세조종 주범 D씨 사이 통화 내역(왼쪽)과 2025년 접대장소인 유흥업소 사진 [서울남부지검 제공]

여러 사건 개입해 금품·향응 받은 정황 확인

또 송 경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양씨 사건 외에도 여러 사건에 개입해 사건 무마를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송 경감은 먼저 양씨의 남편 이씨와 함께 주가조작에 가담한 인물 D씨가 사기 혐의로 고소된 사건을 관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수사정보를 확인해 알려주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

이 사건은 고소장 접수 약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종결됐다. 송 경감은 해당 피의자가 경찰 조사를 받은 지 일주일 뒤 사건 관리 대가로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 비용은 경찰 조사를 받았던 D씨가 결제했다.

해외 출국으로 지명 통보된 사기 사건 피의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송 경감은 자신이 경찰서에서 피의자를 조사한 다음 날 병원을 찾아가 식사비를 내게 하고 현금을 받은 뒤 약 2개월 만에 해당 사건을 직접 무혐의 불송치로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불송치 처분을 받은 피의자가 거주하는 해외까지 찾아가 용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미화 3000달러 등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화폐·다단계업자로부터 사건 편의 제공 대가로 상품권을 받은 혐의도 있다. 송 경감은 강남경찰서에서 10건이 넘는 사건이 진행 중이던 해당 인물을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뒤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송 경감은 상품권을 받은 뒤 해당 인물이 경찰 조사를 받는 날 함께 점심을 먹고 후배 경찰관을 불러 사건 조기 종결 등을 독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 역시 고소장 접수 약 2개월 만에 무혐의 불송치로 처리됐다.

검찰은 송 경감이 상품권 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공여자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허위 시나리오를 만들고 사건과 무관한 사람들을 ‘대역 참고인’으로 내세워 검찰에서 허위 진술을 하도록 독려한 정황도 확인했다.

검찰은 송 경감이 2023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강남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사건관계인 3명으로부터 사건 무마와 청탁 등의 명목으로 6차례에 걸쳐 약 8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범죄자들과 유착해 금품이나 향응을 수수하는 것은 실체 진실을 발견하고 국민을 보호하는 형사사법 기능을 마비시키는 중대한 범죄”라고 꼬집었다.


newd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