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 행정예고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정부가 고시원 방에 책상 등 학습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규정을 없애고 욕조 설치를 허용하기로 하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고시원의 기능을 청년과 1인 가구 주거 공간으로 확장하자는 취지인데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아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현행 기준은 고시원이 당초 학습과 숙박을 위한 시설로 도입된 점을 반영해 각 방에 책상 등 학습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개별 공간이 독립적인 주거시설처럼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취사시설과 욕조 설치는 제한해왔다. 샤워부스는 위생 목적으로만 설치할 수 있다.
국토부는 고시원을 수험생 뿐 아니라 청년과 1인 가구가 주거 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현실을 반영해 책상 설치 의무를 없애고 욕조도 필요한 경우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고시원 주 이용자인 청년들 사이에선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는 커녕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고시원 방이 욕조만 한데 욕조를 넣는다고 하니 눈을 의심했다”, “욕조가 없어서 못 씻는 게 아닐 텐데”, “실질적으로 욕조 설치랑 주거 개선이랑 무슨 관계가 있냐” “그 좁은 방에 욕조를 넣으면 습기나 곰팡이는?”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폐버스를 개조해 청년 임시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버스하우스’를 제안했다가 온라인 상에서 조롱 밈이 확산하며 비판이 거셌던 것과 비슷한 반응이다.
폐버스 주택과 연계해 “청년 조롱대회 중인 거냐” “주거 불안정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우습나” 등 격한 반응도 터져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정부의 청년 주거 정책을 비판하면서 이 사안을 직접 언급했다.
오 시장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국민의힘 서울시당 토론회에서 “폐버스를 개조해 주거공간을 만들고 고시원에서 책상을 없애 욕조를 설치한다고 청년 주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역할은 청년을 열악한 주거환경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주거로 올라갈 수 있도록 주거 사다리를 놓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이 욕조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금지했던 설치를 선택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 관련 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기준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오는 31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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