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징계절차에서 보여준 태도에 근본적 문제”
“잘못 인정했다면 해임까진 과하다 볼 여지도…
잘못 인정하지 않은 채 모면하고자 추가 비위”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감독 중 문제를 촬영해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단체채팅방에 올린 교사를 해임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당시 잘못을 인정했다면 해임까진 과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잘못을 모면하고자 추가 비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이상덕)는 전 고등학교 교사 A씨가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6월 A씨 패소로 판결했다. 소송비용도 A씨가 부담하게 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3년 9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수능 모의고사 감독으로 들어갔다. 한국사 영역 시험 진행 중 A씨는 한 문항 전체를 사진으로 찍고서 이 사진을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 교직원 70여 명이 모인 단체채팅방에 올렸다. 당시 A씨는 “모의고사에서 XXX (학교의) 창립자가 나왔습니다”라고 했다.
이후 7분 뒤 다른 교사가 “아직 시험을 보고 있는데 이걸 올리면 안된다”며 삭제를 요구했고, 해당 학교 교장은 전체 교직원에게 단체채팅방에서 퇴장할 것을 지시했다. 문항 사진이 외부로 유출되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연합학력평가 실시요강에 따르면 시험 감독관은 부정행위를 철저히 방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분의 문제지를 시험 전에 개봉하는 게 금지되고, 문제 및 정답은 시험이 완전히 종료된 이후 배부가 가능하다.
이 일이 알려지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학교 측은 A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그러자 A씨는 교장 및 다른 교사들을 비방하는 내용 등의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징계위원회는 2024년 2월 A씨에게 견책으로 가장 가벼운 수위의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A씨가 거듭 교장·동료 교사들에 대한 비방 등을 반복하면서 추가적인 조사가 실시됐다. 결국 A씨는 지난 2024년 11월, 파면됐다. 이후 4개월 뒤 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해임으로 다소 감경됐다.
A씨는 해임 처분에 불복했다. 지난해 5월, “해임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문항 유출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방 행위 등에 대해 “교감 등은 자신의 상급자이므로 직장 내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가 사건 초기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수용하고 교사로서 본분에 충실했다면 해임 처분까진 과중하다고 봤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A씨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모면하고자 추가적인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다수의 교사, 학생들을 이번 사건에 연루시켰다”며 “A씨가 더 이상 해당 고등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된 것은 A씨가 스스로 초래한 측면이 크다”고 질타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문항 유출 사건을 축소하고자 다양한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교감에게 “자식들을 위해서도 양심있고 바르게 행동하라”며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질 각오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교장·교감·교무부장을 상대로 8차례에 걸쳐 국가인권위원회·고용노동청 진정, 수사기관 고소·고발을 했다.
징계위원회 과정에서도 A씨는 “교장·교감이 정상적인 징계위원들을 배제했다”는 허위사실을 언론에 제보해 오보가 나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본인에게 유리한 진술을 얻고자 학부모를 사칭해 다른 학부모들에게 회유전화를 하기도 했으며 오보를 다른 학생들에게 보내 선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했을 때 법원은 “A씨의 문항유출 자체는 실수 또는 부주의로 볼 여지가 충분하지만 그 이후 징계절차에서 A씨가 보여준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징계사유가 드러났을 무렵 자신의 잘못을 겸허히 수용하고 교사로서의 본분에 충실했다면 해임처분까지는 과중하다고 보았을 여지가 있다”면서도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이를 모면하고자 추가적인 비위행위를 저질렀고 그 과정에서 다수의 교사․학생들을 이 사건에 연루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자신의 비위행위로 인해 해당 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게 된 것은 스스로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법원은 “사건 발생 후 교장, 교감, 교무부장 등과 관계가 틀어지자 이들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에서 진정,고소,고발을 남발했다”며 “스토킹 행위를 반복하며 교감의 배우자한테도 연락했다는 점에서 비위 행위의 정도가 무겁다”고 했다.
아울러 “A씨의 이러한 행동은 해당 학교에서 A씨에게 학생들의 교육을 계속 맡기기 어려울 정도로 신뢰관계를 훼손한 것”이라며 “해임 처분이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A씨가 지난 6월 17일 항소해 2심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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