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갈등 때마다 윤리위 전면 등장
與 땐 대통령, 野 땐 당대표가 ‘권력 정점’
당대표가 윤리위원장 임명…‘사유화’ 우려도
한번 내려진 징계 결정, 뒤집기도 쉽지 않아
[헤럴드경제=윤채영 기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당 대표의 운명과 계파 갈등을 좌우하는 사실상 ‘권력 핵심 기구’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특히 야당에서는 당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만큼, 당 대표가 임명하는 윤리위원장이 현재 권력과 충돌하는 차기 권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도 윤리위는 당내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장 대표는 최근 지방선거 이후 ‘당 기강잡기’를 명분으로 친한계 의원들(조경태·진종오 등)에 대한 제명 절차를 잇따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 한동훈 전 대표가 윤리위 의결을 통해 제명된 데 이어 또다시 당내 계파 갈등 국면에서 윤리위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위가 당내 권력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구로 인식되기 시작한 계기는 지난 2022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징계였다. 당시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이었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표 간 갈등이 표면화되던 시기였다.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윤리위 징계 절차가 진행됐고, 윤리위는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이 전 대표가 임명한 윤리위원장이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 셈이다. 이는 집권여당에서는 당 대표의 형식적 임명권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실질적 권력관계가 윤리위의 향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반면 현재 국민의힘은 야당이다. 대통령이라는 구심점이 없는 야당에서는 당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데다, 국민의힘 당헌상 윤리위원장과 윤리위원도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다. 당 대표가 당내 실질적 권력과 윤리위 구성에 대한 영향력을 동시에 갖는 구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윤리위가 당 대표와 대립하는 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사실상 ‘사유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 사례가 하나의 선례로 남으면서 지난 4년간 ‘윤리위 징계 잔혹사’는 반복됐다. 과거에는 윤리위 회부 자체가 큰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이 전 대표 사례 이후에는 징계 개시 여부만으로도 당권 구도와 계파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치적 이벤트가 됐다. 당내에서는 “윤리위 결정이 곧 정치 생명과 직결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한번 내려진 윤리위 결정을 현실적으로 뒤집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윤리위 징계 효력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사법부가 정당의 일에 되도록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배현진 의원이 제기한 윤리위 징계 효력정지 가처분은 인용된 사례도 있다.
결국 막강해진 윤리위가 본래의 기능을 잃은 채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기구’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권력과 차기 권력 간 충돌이 생기면 결국 윤리위가 결론을 내리는 구조가 굳어졌다”며 “정치는 정치로 풀어야 하는데 윤리위 판단으로 갈등이 정리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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