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에서 재외국민 참정권 보장 화두

李 “재외국민 투표열망 높은데 여건 안좋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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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윤호 기자] 가까운 투표소까지 왕복 1600km를 이동해야 하는 등 동포사회에서 줄곧 지적된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 문제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계기로 개선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최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외교부·재외동포청 업무보고에서 오는 2028년까지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현행 재외선거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만 가능하다. 동포청이 동포사회의 숙원인 우편·전자투표 도입을 위해 속도를 내는 상황인 만큼 제도가 도입된다면 2028년 제23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처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동포청은 그간 투표소 확대와 우편·전자투표 도입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3월에는 국회 토론회를 주최해 현 제도의 한계와 재외국민의 투표 참여 열망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에 전달했고, 4월에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우편·전자투표 도입이 처음 의제화되도록 했다.

재외동포청이 같은달(4월) 유튜브 채널에 게재한 ‘투표하기 참 힘들다’ 영상은 조회수 38만을 기록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재외국민이 투표를 위해 이동하는 과정을 국내 유권자의 투표 여정과 비교해 보여준다.

태국 푸켓에서 출발해 밤새 800km를 달려 투표하는 재외국민 가족과 800m 거리를 산책하듯 걸어서 투표하는 국내 유권자의 투표 환경을 나란히 영상으로 보여주고, 불편한 재외선거 환경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못하는 재외국민의 마음을 전한다. 이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편투표와 전자투표 도입을 촉구하고 ‘거리는 달라도 한 표의 무게는 같다’ 는 메시지로 마무리한다.

영상은 실제 사연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푸켓에 거주하는 정철인씨는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방콕까지 800km를 이동해 재외선거에 참여했다. 푸켓에서 방콕까지 왕복 거리는 1600km로, 서울과 부산을 4번 오가는 수준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들은 유권자의 투표 접근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우편투표·대리투표·전자투표 등 다양한 비대면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OECD 38개국 중 대다수인 36개국이 재외선거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2개국이 직접투표 외에도 복수의 투표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우편투표는 OECD 28개국이 채택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비대면 투표 제도로, 이중봉투 시스템과 자필 서명 또는 증인 입회 등을 통해 비밀투표의 원칙과 투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투표용지의 발송부터 수령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디지털 추적 플랫폼을 통해 배송 과정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있다.

전자투표는 유권자가 전자적 수단을 통해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개표를 수행하는 방식 전반을 의미한다. 에스토니아는 세계 최초로 인터넷 투표(i-Voting)를 도입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투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으며, 투표기간 내 횟수 제한 없는 재투표를 허용하되 최종 투표만을 유효하게 처리함으로써 외부강압이나 매표 행위를 최소화했다.

다만 입법조사처는 “‘비대면 투표’ 도입은 재외국민의 투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수단이나, 선거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보안성·비밀투표 보장·선거관리의 투명성이라는 3가지 핵심 가치가 상호 보완적으로 실현되도록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5일 열린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은 “재외국민의 투표 열망은 높은데 투표 여건이 너무 안좋다. 예를 들면 투표소가 수백km 밖에 있으면 다른 나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재외선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주권 행사의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직무유기인 것 같다. 방법을 찾고 관계기관과 협의를 잘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청장은 “우편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나라들은 먼저 우편투표를 도입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투표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며 “전자투표도 기술이 발전해 충분히 본인 인증 등의 방식을 통해 할 수 있는 방안이 기술적으로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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