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극심한 변동성(wild volatility)’이다.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한국 증시가 사흘 연속 극심한 폭락한 끝에 지난 31일 사상 최대 수준의 반등을 연출하며 7월 장을 마감하자, 외신들은 “한국 증시가 마치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는 것처럼 하룻밤 사이 공포와 환희를 오가며 거래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증시 향방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미 CNBC 방송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한 달 간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한국 증시가 극적 반전(drastic reversal)을 연출하며 7월을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월 22일 고점(종가 9114.55) 이후 약 40% 하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던 7월 코스피는 마지막 날인 31일 전장보다 1001.89포인트 상승한 6595.45로 장을 마쳤다. 이는 역대 최대 상승률(17.91%)이다.
이는 전날 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가 급등한 영향으로 코스피에도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메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기대를 다시 키웠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가파르게 하락한 코스피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에 대해 CNBC 방송은 “투자자들은 숏커버링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질지를 주목하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이번 급반등이 본격적인 회복의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세계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증시 가운데 하나인 한국 시장의 또 다른 급등락으로 끝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피보나치자산운용의 정인윤 대표는 CNBC에 “한국 증시는 마치 양극성 장애(조울증)를 앓는 것처럼 하룻밤 사이 공포와 환희를 오가며 거래되고 있다”며 “오늘(31일) 반등은 지나치게 몰렸던 매도세가 급격히 되돌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호주 ANZ은행의 아시아 리서치 책임자인 쿤 고는 “코스피는 마치 밈주식이나 암호화폐처럼 거래되고 있다”며 “주요 국가의 대표 주가지수로서는 정상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한 펀더멘털, 회복세 이어질 것” vs “레버리지 아직 과도”
향후 한국 증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AI 붐에 힘입은 견조한 반도체 수요로 관련주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과, 과도한 레버리지 탓에 증시가 다시 조정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퓨처럼그룹의 롤프 벌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이번 반등은 AI 투자 사이클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시장의 신뢰가 회복된 결과이지 기업의 펀더멘털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까지의 강제 매도는 대부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며, AI 인프라 구축이 둔화한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며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인윤 대표는 “이 같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시장 포지션이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기울어 있었던 만큼 반등 자체는 좀 더 이어질 여지가 있으며 SK하이닉스의 AI 메모리 사업 펀더멘털도 여전히 견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시험대는 숏커버링이 끝난 뒤에도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느냐”며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된다면 이번 반등은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을 넘어 보다 지속 가능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 역시 6월 중순 이후 한국 증시를 강타한 디레버리징(차입 축소) 과정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급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데다 청산 압력이 대부분 해소되면서, 오히려 지금이 매수 관점에서 매력적인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믹소 다스 등 JP모간 전략팀은 보고서에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청산은 완료됐고, 헤지펀드도 디레버리징의 약 90%를 마쳐 모두 수용 가능한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밝혔다.
반면 모든 전문가가 이번 반등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MBMG패밀리오피스그룹 공동창업자인 폴 갬블스는 이날 급등 역시 불안정한 시장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극단적인 움직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날이 훨씬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며 “자산 가격이 펀더멘털과 완전히 괴리돼 있다는 것은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레버리지가 쌓여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상승이 하루짜리 안도 랠리에 그칠 수도 있고 조금 더 이어질 수도 있지만 AI 열풍을 둘러싼 위험이 사라졌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갬블스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취약한 투자심리가 결합하면 시장은 훨씬 큰 폭의 조정에 노출될 수 있다”며 “당장 이것이 대폭락의 시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순간은 머지않아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