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한국 증시는 극심한 혼돈 양상이다. 글로벌 수준의 첨단산업·거시경제·국제정세 변수가 한국 시장에선 주요국에 비해 몇 배의 변동폭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일 매수·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와 서킷 브레이커(거래 일시중단)가 발동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9000대로 사상 최고점(종가 기준)을 찍었던 코스피는 한달여만인 30일 5000대로 폭락했다.
문제는 지수 급락 자체 보다 한국서만 유독 정상 범위를 이탈해 증폭된 변동성이다. 주요국 증시 등락폭보다 몇 곱절로 움직이는 거래일이 예사가 됐다. 인공지능(AI)산업 수익성 및 자본지출 우려, 통화긴축기로 접어든 각국 기준금리정책, 미국-이란 간 전쟁 재격화 등이 근본 원인이지만, 이는 한국 증시 뿐 아니라 전세계 모든 시장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환경이다. 반도체 쏠림과 단일종목 래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비정상적으로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당국의 인식과 대처는 안이하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29일 “지난 2~3개월 큰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 것은 우리 시장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며 “레버리지 ETF로 이런 현상이 더욱 도드라져 보일 수는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생상품의 비중이 크다는 점, 투자자들의 구성 등을 진지하게 한 번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레버리지 ETF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사과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아야 했다”고 했었다.
지금은 뒤늦은 후회와 사과, 변명을 늘어놓을 한가한 때가 아니다. 신속한 진단과 결단, 집행이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기본예탁금을 상향하기로 했지만 주가 급락이 이어지자 개인별 투자한도 제한, 긴급 시장안정화 조치 법제화, 거래비용 부담 가중, 모의거래 도입 등의 추가방안도 내놨다. 그러나 지각 대책에 ‘땜질처방’이라는 지적이 많다. 더 과감하고 강도높은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시장의 요구다.
가용한 자본시장 안정화 조치 전반을 놓고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증권시장안정펀드를 비롯한 유동성 공급, 국민연금 등을 통한 기관투자 매수 여력 확대, 공매도 및 시장제도 일시 조정 등도 선택지 속에 넣어야 한다.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기업 실적과 펀더멘털, 금리·성장률 등 거시경제 지표와 동떨어져 투기와 공포심리에 의해 가격이 왜곡되고 유동성 수급이 널뛰는 비이성적이고 반시장적인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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