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1인 가구 증가…맞춤형 건강정책 강화
292만명 참여 손목닥터9988, AI 건강관리 도입
시립병원·통합돌봄 연계, 지역사회 건강안전망 구축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 증가로 시민 건강 위험이 복합화되면서 서울시가 공공의료와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연계한 예방 중심 건강정책을 본격 추진한다.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기존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시민이 일상에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필요한 의료와 돌봄을 생활권 안에서 지속적으로 제공받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는 시립병원의 공공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손목닥터9988과 서울체력장, 건강장수센터, 통합돌봄을 연결해 서울형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건강정책의 중심을 병원과 치료에서 생활과 예방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조영창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앞으로 서울의 건강정책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시민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공공의료와 디지털 기술, 지역사회 돌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시민 누구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립병원 공공성 강화…예방 중심 건강관리 확대
서울시 건강정책의 기반은 공공의료다. 서울시립병원은 응급의료와 감염병 대응, 재활·호스피스, 정신건강, 노인·장애인 진료 등 민간 의료기관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방역 최전선에서 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 시립병원은 이후 의료인력 확보와 병상 운영 정상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서울시는 의료인력 충원과 병상 운영 효율화, 성과관리 강화, 환자 중심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인다는 방침이다.
건강정책의 무게중심도 치료에서 예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소비 확대 등 생활환경 변화에 대응해 시민이 일상에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식생활과 운동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올해를 ‘서울 비만 탈출의 해’로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습관 개선과 생활 속 신체활동 확대, 디지털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를 연계해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위험을 낮추겠다는 목표다.
대표 사업인 ‘통쾌한 한끼’는 외식업소에서 잡곡밥을 기본 선택지로 제공해 시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유도한다. 서울체력장에서는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자신의 체력을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개인별 운동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서울체력장은 현재 서울시립대를 비롯해 17개 자치구 19개 센터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체력 측정 결과를 손목닥터9988과 연계해 시민별 건강상태에 맞는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초고령사회에 대응한 노인 맞춤형 진료체계도 강화한다. 서울의료원과 보라매병원, 동부병원, 서남병원 등 4개 시립병원에 설치된 노인진료센터에서는 신체기능과 인지기능, 영양상태, 복약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고령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퇴원 이후에는 건강장수센터와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연계해 의료와 건강관리, 복지서비스가 끊기지 않도록 지원한다.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시민을 위한 방문진료와 방문건강관리도 확대하고 있다.
292만명 손목닥터9988, AI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진화
서울시 건강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는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의 확대다. 약 292만명이 참여하는 손목닥터9988은 단순한 걷기 서비스에서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기능을 넓히고 있다.
서울시는 건강검진 결과와 진료 이력, 걷기 데이터, 서울체력장 측정 결과 등을 손목닥터9988을 통해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흩어져 있던 건강정보를 통합해 시민별 건강상태와 생활습관을 분석하고, 필요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오는 10월에는 AI 기반 ‘내 손안의 건강주치의’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AI가 건강검진 결과와 생활습관, 신체활동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건강나이와 질병 위험도를 예측하고 개인별 운동과 영양관리 방법을 제시한다.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주요 만성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려 시민이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질환 발생 이후 치료에 집중했던 건강관리 방식을 데이터 기반 예방관리로 확장하는 셈이다.
조 국장은 “AI는 의사를 대신하는 기술이 아니라 시민이 자신의 건강상태를 쉽게 이해하고 관리하도록 돕는 도구”라며 “손목닥터9988을 중심으로 건강정보를 연결해 시민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정책도 조기 발견과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 서울시는 마음건강검진과 전문 상담, 심리상담 바우처, 자치구 마음상담소 등을 통해 상담과 치료를 연계하고 있다.
24시간 운영되는 마음이음상담전화와 챗봇 서비스, 자살 고위험군 사례관리, 자살 유가족 회복 지원도 지속한다. 우울과 불안, 사회적 고립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공공보건 과제로 다루겠다는 취지다.
병원 밖 지역사회로…통합돌봄 건강안전망 구축
서울시는 건강정책의 범위를 병원 중심 의료서비스에서 시민의 생활공간과 지역사회로 확대하고 있다.
올해 본격 시행되는 통합돌봄은 시민이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의료와 요양, 건강관리, 복지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지역 기반 건강안전망이다.
서울시는 시립병원과 보건소, 건강장수센터, 복지기관을 연결해 퇴원 환자와 고령자, 장애인, 만성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시민에게는 방문진료와 방문건강관리를 제공한다.
지역과 소득, 연령에 따른 건강격차를 줄이는 것도 주요 과제다. 시민의 경제적 여건이나 거주지역에 따라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 이용에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공보건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감염병과 기후위기 대응도 강화한다. 서울시는 해외 신종 감염병에 대한 상시 감시와 24시간 대응체계를 운영하고, 대규모 유행 가능성에 대비한 공공의료 대응 역량을 유지한다.
폭염이 장기화하는 여름철에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건강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방문건강관리와 예방물품 지원을 확대한다. 러브버그 등 대발생 곤충에 대해서도 발생 예측과 친환경 방제를 연계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조 국장은 “건강은 특별한 결심보다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며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건강한 변화가 서울 전체의 건강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예방 중심 정책을 확대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건강도시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와 AI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하나로 연결한 서울형 건강정책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공보건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시는 예방 중심 건강관리 체계를 통해 시민이 질병에 걸린 뒤 병원을 찾는 의료정책을 넘어 일상에서 건강 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관리하는 ‘건강도시 서울’ 구현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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