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평양까지…달리기로 남북 잇겠다”

‘서울·평양 릴레이 마라톤’ 추진…민간 체육교류 새 길 모색

25개 자치구서 시민 주자 선발…이어달리기에 연결 의미 담아

“당장 길 열리지 않아도 준비…기회 오면 바로 출발할 것”

문호준 서울특별시육상연맹 회장이 2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을 잇는 릴레이 마라톤 추진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문호준 서울특별시육상연맹 회장이 2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평양을 잇는 릴레이 마라톤 추진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체육계의 한 사람으로서 민간교류의 길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서울시민들이 함께 달려 서울에서 평양까지 이어지는 것, 그것이 제가 그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문호준 서울특별시육상연맹 회장이 멈춰선 남북 교류의 길을 육상으로 다시 연결하겠다며 내놓은 청사진이다.

핵심은 시민들이 구간별로 이어 달리는 ‘서울 평양 릴레이 마라톤’이다. 누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느냐를 겨루는 대회가 아니라 시민 참여와 연결에 의미를 둔 민간 체육 프로젝트다.

문 회장은 22일 헤럴드경제와 만나 남북관계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체육계가 먼저 교류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종목 가운데 육상, 특히 릴레이를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이어달리기는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경기가 아니다. 앞선 주자로부터 바통을 받아 자신의 구간을 완주한 뒤 다음 주자에게 넘겨야 비로소 하나의 레이스가 완성된다.

그는 이 방식을 남과 북을 연결하는 상징으로 바라봤다.

“한 사람이 서울에서 평양까지 전부 뛰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가 맡은 구간을 달리고 다음 사람에게 이어주는 겁니다. 서로 연결돼 목적지까지 함께 간다는 데 릴레이의 의미가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서울에서 첫 주자가 출발해 일정 구간을 달린 뒤 다음 시민에게 주자로서의 역할을 넘긴다. 이후 여러 참가자가 구간별로 북쪽을 향해 달리는 방식이다.

속도와 순위보다는 시민들이 하나의 여정을 함께 완성한다는 메시지에 방점이 찍힌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시민 주자 뽑는다

문 회장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의 또 다른 축은 시민 참여다.

서울 25개 자치구를 기반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뒤 일정한 절차를 거쳐 실제 구간을 달릴 주자들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정 선수나 단체 중심의 행사가 아닌 서울 전역의 시민이 참여하는 형태로 외연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실제 남북을 잇는 행사가 성사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관계기관 협의와 승인부터 이동 경로, 참가자 안전, 운영체계까지 민간 체육단체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뒤따른다.

그도 이런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개최 시점을 서두르기보다는 실행 가능한 계획을 마련하고 시민 참여 기반을 갖추는 데 우선 무게를 두고 있다.

서울 곳곳에서 선발된 시민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과정만으로도 체육을 통한 교류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육상을 출발점으로 선택한 배경에는 종목 특유의 개방성도 있다.

전문선수뿐 아니라 생활체육인과 일반 시민도 함께할 수 있고 복잡한 경기 규칙이나 시설 없이 ‘함께 달린다’는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다.

서울시육상연맹은 전문선수 중심의 경기 운영과 생활체육 저변 확대를 넘어 향후 유소년과 청소년까지 참여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기보다 시민과 미래세대가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여건이 조성될 경우 서울과 평양을 잇는 행사를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 교류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문 회장은 서울 25개 자치구 시민들이 주자로 참여해 구간별로 이어 달리는 서울 평양 릴레이 마라톤을 민간 체육교류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양정원 기자
문 회장은 서울 25개 자치구 시민들이 주자로 참여해 구간별로 이어 달리는 서울 평양 릴레이 마라톤을 민간 체육교류의 새로운 모델로 제시했다. 양정원 기자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뛸 수 있어야”

결국 가장 큰 변수는 남북관계다.

서울에서 출발한 시민들이 실제 평양까지 달리려면 남북 당국 간 협의와 관계기관 승인 등 복잡한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개최 시점을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문 회장은 ‘준비된 체육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육계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당장 길이 열리지 않더라도 준비는 해놓아야 합니다. 기회가 왔을 때 바로 뛸 수 있어야 합니다.”

그가 그리고 있는 장면은 단순하다.

서울에서 출발한 시민이 자신의 구간을 완주하면 다음 주자가 그 길을 이어 달린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의 발걸음이 하나의 길을 만들고 최종 목적지는 평양을 향한다.

실제로 그 길이 언제 열릴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서울시육상연맹은 거창한 선언 대신 스포츠의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인 ‘달리기’에서 새로운 접점을 찾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될 첫 발걸음이 평양까지 이어지는 날을 위해, 문 회장은 지금부터 출발선을 준비하고 있다.


7toy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