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엔화예금 잔액 이달만 340억엔↑

100엔당 890원대…1년 8개월 만에 최저

달러당 163엔 돌파…엔화 가치 40년 만에 최저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챗GPT를 이용해 제작함]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 올여름 휴가를 9월로 미룬 직장인 서모(36) 씨는 가족여행지를 제주도에서 일본으로 바꿨다. 서 씨는 “엔화가 890원대로 내려오면서 예전보다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목적지를 변경했다”며 “지난주부터 환율이 낮을 때를 활용해 매일 5만원씩 엔화를 모으며 환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이 340억엔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엔 환율이 약 1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향후 엔화 반등을 기대한 ‘엔테크’ 수요가 빠르게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일본 간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일본 정부의 재정 확대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엔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1조518억엔에서 지난 24일 1조857억엔으로 늘었다. 약 한 달 새 339억엔(약 3035억원)이 불어난 규모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950원대를 웃돌던 지난 5월 말(9385억엔)과 비교하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470억엔 넘게 증가했다.

100엔당 원화 환율이 890원대로 떨어지면서 엔화를 저가에 사들이려는 ‘엔테크’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4일 원·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890.14원까지 떨어져 하루 새 9.8원 하락했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종가 기준 899.94원을 기록하며 2024년 11월 20일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900원선을 밑돌았다.

엔화 약세도 거듭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2일부터 5거래일 연속 달러당 163엔을 웃돌며 1986년 12월 이후 약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환율 상승은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가 지난 22일 외환시장에 구두 개입했지만 달러·엔 환율은 여전히 163엔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원화 가치는 엔화와 달리 가파르게 반등했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8.5원에 마감해 이달 들어 80원 넘게 하락했다. 한국의 2분기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를 웃돈 데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까지 이어지면서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 수급 여건과 한국·일본의 경제 펀더멘털 차이가 원화와 엔화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5% 넘게 상승했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캐나다 달러(-0.49%)와 유로화(-0.4%)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절상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엔화 가치는 0.78% 하락했다. 이와 관련, 민경원·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국채금리 하락폭이 제한적인 가운데 엔화에 대한 투기적 매도 포지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은 오는 30∼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지난달에는 기준금리를 3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연 1%로 인상했다. 시장에선 BOJ가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연 3.50~3.75%) 등 주요국과의 금리 격차가 여전히 큰 데다 추가 인상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확장 재정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엔화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재용·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재정 확대가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BOJ도 금리 인상을 서두르기 어려운 여건”이라며 “일본 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서더라도 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한 뒤 적절한 시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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