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의 세계 선두 시장으로 평가받는 홍콩에서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의 목표 레버리지를 매일 조정할 수 있는 ‘변동 레버리지 구조(Flexible Leverage Structure)’를 도입한다. 운용 유연성을 높이고 시장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홍콩 투자시장은 한국보다 앞서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했을 만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운용의 경험이 큰 시장으로 꼽힌다. 장기간 단일종목 레버리지 운용 노하우를 축적한 홍콩 금융당국이 관련 신규 대책을 선보인 만큼 국내 적용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 24일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에 대한 규제 체계를 개편한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따라 목표 레버리지 배수를 매일 조정할 수 있는 ‘변동 레버리지 구조(Flexible Leverage Structure)’를 도입한 것이 골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운용 규모가 크게 변동하는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변동 레버리지 구조’를 채택해야 한다. 운용사는 기존 최대 레버리지 2배(인버스는 -2배) 한도 내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다음 거래일 레버리지 배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SFC는 일반적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이 이번 개정 요건에 따라 ‘변동 레버리지 구조’를 채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초자산의 유동성과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일부 지수 추종 레버리지·인버스 상품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운용사는 다음 거래일 목표 레버리지 배수를 매 거래일 장 마감 후 자사 홈페이지와 홍콩증권거래소 홈페이지에 공시해야 한다. 상품명에도 변동 레버리지 기능과 최대 레버리지 배수를 함께 표시하도록 했다.
SFC는 “레버리지 배수가 매일 장 마감 후 공시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일일 상품 특성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 상품은 하루 이상 보유하도록 설계된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도 개편의 배경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시장의 급성장이 꼽힌다. SFC는 규제 배경에 대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운용이 목표 레버리지 익스포저를 유지하기 위해 선물·옵션 포지션 한도, 일일 리밸런싱 유동성 등 기초 종목을 둘러싼 시장 생태계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운용사가 목표 레버리지 배수를 탄력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한 것이다.
홍콩은 지난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아시아 최초로 허용했다. 홍콩 CSOP자산운용은 지난해 5월 홍콩증권거래소에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상장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세계 최초로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선보였다.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의 현재 순자산(AUM)은 약 66억달러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약 168억달러까지 불어나며 홍콩 최대 ETF에 오르기도 했다.
한 홍콩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이번 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며 “운용사 입장에서는 괴리율 관리에 필요한 운용 재량이 커지는 만큼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배수 조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배수를 ‘2배’에서 ‘1.5배’ 등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 논의되는 방안은 상품 자체의 목표 배수를 변경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홍콩과 차이가 있다. 업계에서는 지수 산출 방식 변경과 투자설명서 개정, 수익자총회 등 절차가 필요할 수 있어 현실적인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홍콩의 ‘변동 레버리지’ 제도는 투자자 보호와 시장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한 합리적인 규제 방향”이라며 “국내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선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시장인 만큼 투명한 공시, 투자자 교육, 단계적 도입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함께 추진해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품의 목표 수익률은 추구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리밸런싱 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도 벤치마크할 만한 제도”라며 “이미 출시된 상품의 목표 배수를 일률적으로 축소하기 어려운 만큼 홍콩식 유연한 운용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 국내 운용사 관계자는 “사실상 액티브 운용의 성격을 띠는 구조인데 국내는 레버리지 ETF의 액티브 운용이 허용되지 않고 관련 규제도 많다”며 “국내 시장에서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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