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독일 베를린에서 성소수자 축제 인파를 향해 차량을 돌진시켜 30명의 사상자를 낸 테러 용의자가 범행 하루 만에 경찰 총격으로 사망했다. 독일 당국은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베를린 경찰은 용의자 압둘 발루트(21)가 26일 오후 6시께(현지시간) 베를린 북서부 슈판다우의 한 텃밭 단지에서 경찰 특수기동대의 검거 작전 도중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가 흉기를 든 채 경찰을 향해 달려들자 총격을 가했으며, 출동한 소방대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발루트는 전날 오후 10시께 베를린 시내 티어가르텐 공원 인근에서 흰색 시트로엥 밴을 몰고 인파를 향해 돌진해 1명을 숨지게 하고 29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수사당국은 차량이 나무 기둥과 충돌해 멈춘 뒤에도 용의자가 차에서 내려 마체테(벌목용 칼)로 추정되는 흉기를 휘두르며 행인들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수십만 명이 참가한 성소수자 축제 ‘크리스토퍼 스트리트 데이(CSD)’ 행진 경로 인근이었다. 당시 약 500m 떨어진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는 축제 폐막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경찰은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이란 국적 남성 1명도 이날 새벽 체포했다. 다만 당시 누가 차량을 운전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독일 당국은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판단하고 사건을 연방검찰에 넘겼다.
레바논계 독일 국적자인 발루트는 지난해 시리아로 이동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하려다 적발된 전력이 있다. 이후 레바논에서 종교 갈등을 선동한 혐의로 3개월간 수감됐으며, 지난해 10월 석방된 뒤 같은 해 11월 독일 입국 과정에서 다시 체포됐다.
베를린 티어가르텐 지방법원은 지난 5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폭력 행위를 준비한 혐의 등으로 발루트에게 징역 1년 10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극단주의 예방 상담 26회 이수를 조건으로 석방했다.
보안당국은 이후에도 그를 폭력 성향의 극단주의 위험인물로 분류해 도청 등 감시를 이어왔다. 그는 2004년 소셜미디어에 IS 선전물을 게시했고, 출소 후에는 총기 관련 이미지를 올렸다가 이달 3일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독일에는 폭력 성향의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9110명, 이 가운데 베를린에만 1940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IS는 독일어 선전 채널을 통해 베를린과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을 대상으로 차량을 이용한 인파 공격을 지속적으로 선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서는 최근 수년간 차량을 이용한 대형 테러가 잇따랐다. 2016년에는 튀니지 출신 IS 추종자가 베를린 크리스마스 마켓에 트럭을 몰고 돌진해 13명이 숨졌고, 지난해 12월에는 작센안할트주 마그데부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도 차량 돌진으로 6명이 사망했다. 잇따른 대형 테러 사건으로 독일 내 극단주의 대응과 공공행사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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