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일본산 와규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처를 넓히고 있다. 일본 내 공급 증가와 엔화 약세, 미국 내 수입·유통망 확대가 맞물리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도매가격이 30% 넘게 떨어진 영향이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거래되는 일본산 와규 스트립로인의 도매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1파운드(약 454g)당 65달러에서 41달러로 약 37% 하락했다. 100g 기준으로는 약 9달러 수준이다.
가격 하락에는 일본 내 와규 공급 증가와 엔화 약세가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일본산 와규를 취급하는 수입·유통업체가 늘어난 점도 가격과 접근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1파운드 65달러→41달러…유통망 확대
일본산 와규는 일반 쇠고기와 비교하면 여전히 고가에 거래된다. 미국 내 소매가격은 부위와 등급에 따라 1파운드당 100달러를 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와규 시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츠리서치는 미국 와규 시장 규모를 지난해 약 16억8000만달러로 추산했다. 올해는 약 17억9000만달러, 2034년에는 약 29억60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일본산뿐 아니라 미국산 와규와 교잡종 제품 등이 포함된다.
판매 채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코스트코는 온라인 등을 통해 일본 가고시마산 A5 등급 와규 스트립 스테이크를 판매하고 있다. 3파운드 단위 제품 등 여러 종류의 일본산 A5 와규가 유통되고 있다. 아시아계 식료품점과 온라인 육류 전문업체에서도 얇게 썬 와규와 스테이크용 부위를 판매한다.
일부 외식업체에서는 일본산 A5 와규를 소량 단위로 판매하는 방식도 늘고 있다. 미국 디즈니월드 내 일부 일본 음식점에서도 A5 와규 스테이크와 초밥 등을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와규는 지방이 근육 사이에 촘촘하게 퍼진 마블링이 특징이어서 일반 스테이크보다 적은 양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에 큰 덩어리를 먹기보다 소량을 굽거나 초밥, 전골 등의 형태로 소비하는 방식도 확산하고 있다.
‘와규 버거’, 모두 일본산은 아냐
미국에서 ‘와규’라는 이름 자체가 대중화됐지만 모든 와규 제품이 일본에서 생산된 쇠고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 아비스가 과거 판매한 ‘와규 스테이크하우스 버거’는 일본산 A5 와규가 아니라 미국산 와규와 일반 쇠고기를 섞은 제품이었다. 미국산 와규 역시 일본계 와규 품종과 다른 품종을 교배해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는 ‘일본산 와규’와 ‘아메리칸 와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 와규로 인정되는 소는 일본흑우와 일본갈색우, 일본단각종, 무각화우 등 4개 품종을 중심으로 관리된다.
일본은 개별 소마다 10자리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출생일과 품종, 사육 농가, 도축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부터 유통 단계까지 이력 추적이 가능하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일본산 쇠고기 등급 가운데 A5는 수율과 육질 평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특히 풍부한 근내지방을 앞세워 미국에서도 프리미엄 쇠고기로 판매되고 있다.
엔저에 해외 판매 확대…한우는 미국 진출 아직
미국 시장 확대는 일본 축산업에도 새로운 판매처가 되고 있다.
일본 내 와규 공급이 늘어난 가운데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미국 내 유통업체가 늘면서 일본 생산자들도 해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우는 아직 미국 시장에 공식적으로 수출되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의 공식 수출 시장은 홍콩과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확대돼 왔다. 미국은 아직 공식 수출국 목록에 포함되지 않는다. 쇠고기를 해외로 수출하려면 상대국과 검역·위생 조건에 대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일본산 와규가 가격 하락과 유통망 확대를 바탕으로 미국 내 판매처를 넓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쇠고기 시장을 둘러싼 국가별 수출 경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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