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수출 대신 현지 전략 부상
기술이전·MRO 중심 협력 확대
[헤럴드경제=전현건 기자] 유럽연합(EU)이 공동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공식화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계는 향후 직접 수출보다 ‘현지 협력’을 통한 우회 진입 전략이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오른다.
2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범유럽 공동 방위 프로젝트(EDPCI)’ 제도 아래 5대 공동 방위사업을 제안했다. 드론·대드론, 동부전선 감시, 해양·해저 방어,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우주 방위 등 5개 분야로 구성되며 다수 회원국이 공동 개발·생산·조달에 참여하는 구조다.
이번 공동 사업은 1500억유로 규모 공동조달 금융지원 체계(SAFE)를 실행하는 첫 패키지로 평가된다. EU는 그간 국가별로 분산된 무기체계와 규격을 통합해 규모의 경제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드론·대드론(DECODER)’ 프로젝트는 2033년까지 최대 50억유로가 투입되는 최대 규모 사업으로 군용 드론과 자폭드론, 대드론 체계,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전력 개발이 포함된다.
이 같은 EU 방산정책의 방향은 명확하다. 완제품 수입보다 역내 공동 생산과 공급망 구축을 우선하는 ‘유럽 방산시장 역내화’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의 단순 무기 수출은 제약이 커지는 반면 현지 협력 기반 진출 기회는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동유럽 방산 협력의 전략적 거점으로 주목된다. 드론, 장갑차, 시뮬레이션 기술을 보유한 현지 기업들은 EU 공동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결합 여지가 크다.
한국 방산업계는 드론 통제체계, 대드론 레이더, AESA 레이더, 중거리 방공체계, 미사일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어 통합 방공망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EU 시장 진입을 위해서는 전략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 등과의 합작법인(조인트벤처) 설립, 현지 생산시설 구축, 기술이전 기반 공동개발, 부품 공급·유지·보수 참여 등이 현실적인 접근 방식으로 꼽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EU는 이제 ‘누가 무기를 잘 만드느냐’보다 ‘누가 유럽 내에서 함께 만들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며 “슬로바키아 등 중부·동유럽 국가와의 공급망 협력이 K-방산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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