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기름같은 대척점 부처 묶어 출범후 내부 융합 어려워

‘직장내 괴롭힘’ 의혹에 수사 착수…“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 아니다”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현판[뉴시스]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 현판[뉴시스]

[헤럴드경제=베문숙 기자]이재명 정부의 대표적인 조직개편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한 사무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관가가 술렁거리고 있다.

기후부는 지난해 10월 1일 기후·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모두 다루는 ‘공룡부처’로 출범한 후 줄곧 ‘물과 기름’을 섞어 놓은 것처럼 조직 융합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 왔다.

조직 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에너지전환과 메가프로젝트 등 이재명 정부의 핵심 정책을 수행하는 미션을 받다보니 예고됐던 사건이었다는 것이 전반적인 관가의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6일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다른 나라가 다 한 다음에 하면 그 때는 이미 뒤처진다. 반 발짝이라도, 3분의 1발짝이라도 빨리 나가야 한다.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잠 잘 생각 하지 말고 하시라”며 에너지전환의 재생 에너지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30대 초반에 임관 2년차인 기후부 사무관 A씨가 지난 1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기후적응 및 에너지 정책 관련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남부경찰서는 A 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기후부 감사관실도 관련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관실은 유족으로부터 A 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사망 원인이 규명되면 징계 여부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 직후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기후부 업무 방식이나 조직 문화 가운데 동료를 지치거나 힘들게 만든 부분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기후부는 ‘저연차 직원 중심 태스크포스(TF)’를 조직하고 ‘경청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신설 부처 출범 이후 환경부와 산업통상부 출신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의 조직문화 차이와 인력부족 문제가 거론된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적 관점에서 수립·집행해야 한다는 관점이 강했지만 이재명 정부가 기후 대응에 에너지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기후·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모두 다루는 ‘공룡부처’인 기후부가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출범이후 기후부에 중동전쟁에 따른 에너지절약 및 에너지전환 속도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3대 메가프로젝트 전력·용수 공급 계획 마련 등 대형 현안이 집중됐지만, 정원 증원은 충분하지 않아 사무관들의 업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기후부는 정부 안팎에선 원전 등 기존 전력원에 대한 규제 중심 업무를 맡아온 환경부가 산업 정책의 핵심인 에너지 정책까지 총괄하는 형태로 출범해 ‘물과 기름’을 한데 뒀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어 “물과 기름처럼 업무방식, 이행속도 등 전반적으로 대척점에 있던 부처 조직원들의 융합이 힘들 수 밖에 없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온갖 대형 현안들이 기후부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잠 잘 생각말고 일하라’는 지시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업무강도는 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번 일을 특정 관리자 개인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정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