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국내 증시가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스피가 6000선까지 밀렸지만 추세적 하락보다는 반등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AI 투자 지속 여부와 금리, 유가 등 대내외 변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연말 코스피 전망은 최소 6300에서 최대 1만1000까지 크게 벌어졌다.
헤럴드경제가 조사한 국내 주요 리서치센터장 설문에 따르면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 코스피 밴드를 6300~8500으로 제시했다.그는 AI 생태계에서 투자와 수익화 간 불균형,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최근 조정의 원인이라고 진단하면서도 “AI 생태계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추세적 하락은 아니라고 봤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현 구간은 추가 급락이 나타나더라도 단기간 내 재반등이 가능한 영역이라고 평가했지만, 연말 상단은 1만1000까지 열어두며 보다 낙관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7월 말 빅테크 실적과 AI 투자 지속 여부가 확인되면 시장이 다시 펀더멘털에 주목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급락의 배경을 두고는 두 사람의 진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 센터장은 AI 투자 주체와 반도체 기업 간 수익 불균형, AI 투자에서 수익화로 관심이 이동하는 과정,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조 센터장도 반도체 피크아웃 논란과 미·이란 갈등, 국내 수급 교란, 미국 금리 상승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하며 “명확한 악재보다 수급이 시장을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반등의 주도주를 놓고는 차이가 나타났다. 신 센터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이후에는 방산, 전력기계, 소부장, 이차전지, 화장품 등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으로 매기가 확산하는 ‘정상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조 센터장은 AI 인프라와 반도체처럼 이익이 확인되는 업종 중심의 쏠림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에너지와 증권, 프리미엄 소비주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꼽았다.
밸류에이션에 대해서는 인식이 비슷했다. 신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를 역사적 저평가 구간으로 평가했고, 조 센터장도 기업 이익의 구조적 성장을 감안하면 6000선은 사실상 ‘락바텀(Rock Bottom)’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수급 역시 반도체 비중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추가 이탈보다 점진적인 안정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시장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AI 투자 기조가 확인됐다는 측면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유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이 말라가는 상황 속에서 조달비용이 올라가면 막대한 투자 비용이 독으로 돌아올 개연성도 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잉여현금흐름(FCF)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조달 비용까지 높아질 경우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다시 4.7% 수준까지 오르면서 AI 관련주의 투자 논리가 ‘성장(growth)’보다 ‘자본비용(cost of capital)’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알파벳(구글)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클라우드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은 실적보다 확대된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AI 인프라 투자 자체보다 이를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가 핵심 관심사라는 것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산업과 시장 전반에 부담이 되는 요소”라며 “AI 인프라 투자를 성장보다 자본비용 부담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관점의 변화는 7월 7일에 아마존이 250억 달러 회사채를 발행했을 때,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일을 통해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며 “전술 관점에서 성장 업종 비중 축소, 방어 업종과 금융 업종의 비중 확대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th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