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외국인의 사자세에 힘입어 코스피가 2060선 랠리를 펼치고 있음에도 LG그룹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소식과 아이폰7 출시 등이 LG그룹주의 발목을 잡으면서, 딱히 호재가 없어도 수혜를 보는 대형 그룹주의 상승 행진에 동참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9일 헤럴드경제가 코스피에 상장된 국내 그룹주(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7개 그룹)에 대한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 추이를 살펴본 결과 LG그룹만 최근 일주일간 2.0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부터 전날까지 증발한 시가총액 규모는 5588억원이다.
그룹 평균주가가 하락한 곳 역시 7개 그룹 중 LG그룹(-1.57%)이 유일했다.
외국인 투자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LG그룹 내에서 시총 규모가 가장 큰 LG화학이었다.
지난 6일 LG화학이 LG생명과학과 합병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LG화학의 주가는 당일에만 5.81% 하락했다.
외국인이 17만4346주를 팔아치운 탓에 외국인 보유금액만 4412억원 감소했다. 합병 가능성에 대한 공시가 뜬 이후부터 전날까지는 1305억원이 더 줄었다.
소문이 돌 때만 해도 피인수기업인 LG생명과학에겐 호재인 듯 보였다.
흔히 M&A(인수ㆍ합병)가 이뤄지면 피인수기업의 기업가치는 상승할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인의 시선은 냉정했다. 발표 이후 이틀간 외국인은 13만1896주를 팔아치우며 올해 들어 가장 거친 매도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이 시장의 셈법을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같은 그룹 내에서 이뤄지는 합병이라 인수 방식에 경우의 수가 많고, 종합화학기업인 LG화학이 방향성을 달리하는 제약ㆍ바이오 업종을 끌어안은 것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LG생명과학이 제약ㆍ바이오 종목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생명과학의 성장성이 좋지만, 업종 특성상 인수시 고평가된 주가로 인한 시장의 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날 발표된 아이폰7 출시는 LG그룹주에 예상치 못한 악재로 다가왔다.
아이폰7에 대한 스펙이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지 못해 실망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은 듀얼카메라를 공급하는 LG이노텍을 1만6931주 매도하기 시작했다. 이는 1.09%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탑재되는 내년 아이폰 모델이 나올 때까지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당분간 LG이노텍의 주가 반등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LG그룹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폰이 잘 나가던 지난 2014년에는 스마트폰 경쟁 업체인 LG전자의 주가가 빠지더니 아이폰 부진에는 LG부품주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7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LG의 주가가 빠졌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규모 리콜사태를 일으킨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지분은 오히려 한주 동안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학, 이노텍 등의 주가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LG계열 주가는 저평가 국면 속에 가치주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raw@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