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트로겐 공백‘, 골밀도 저하 유발

3회 이상 임신 여성 골절 위험 36%↑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하정훈(왼쪽) 교수와 성경헌 전공의.[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하정훈(왼쪽) 교수와 성경헌 전공의.[서울성모병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내과 성경헌 전공의(2년차)가 다자녀 출산 경험을 가진 여성일수록 폐경 후 골절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국제학술대회에서 수상했다고 15일 밝혔다.

성 전공의는 내분비내과 하정훈 교수의 지도하에 최근 개최된 대한골대사학회 국제학술대회(2026 Seoul Symposium on Bone Health)에서 우수구연상을 수상했다. 성 전공의는 국가 빅데이터를 활용, 출산력과 폐경 후 골격 건강의 연관성을 정밀하게 규명한 성과로 학회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연구는 폐경 후 여성의 출산력, 누적 호르몬 노출 및 골격 건강(Parity, Cumulative Hormonal Exposure, and Skeletal Health in Postmenopausal Women)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질병관리청이 공시한 202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폐경 후 여성 1420명을 정밀 분석해, 골격 건강에 미치는 요인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폐경 후 여성의 임신·출산 이력을 추적 분석한 결과, 3회 이상 임신한 다자녀 여성은 임신 비경험자 대비 폐경 이후 골절을 경험할 확률이 약 36%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통계적 정밀 분석에서도 이 같은 위험도 증가는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전에도 다회 임신이 여성의 골격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연구마다 대상 집단과 설계가 달라 명확한 임상적 결론을 내리기에는 다소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국가 단위의 최신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회 출산과 폐경 후 골절 위험 사이의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골절 위험 증가에는 임신 중 발생하는 ‘에스트로겐 공백‘이 주요 병태생리적 기전으로 지적된다. 임신·수유 기간에는 생리가 중단되므로, 골조직 소실(골흡수)을 억제하고 골밀도를 유지하는 에스트로겐의 생애 전반 누적 노출 기간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적절한 수준의 칼슘과 비타민D 섭취가 태아의 골형성 뿐 아니라 산모의 골밀도 유지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만 다자녀 출산이 단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 출산 경험이 많을수록 호르몬수용체 양성 유방암과 난소암 위험이 오히려 낮아지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성 전공의는 “생애 임신·출산 횟수와 호르몬 노출 이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골절 위험을 평가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임신 중 칼슘·비타민D 섭취나 규칙적인 골밀도 검진 등의 관리가 가능하다”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골다공증 고위험군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고, 환자 진료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교수인 하정훈 교수는 “이번 수상은 전공의가 국가 기반 빅데이터를 활용해 골대사질환 분야의 중요한 임상 질문을 주도적으로 탐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젊은 연구자들이 골다공증과 골대사질환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