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출석 피의자 유인 체포…허위 기록까지 작성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자진 출석한 특수절도 피의자를 경찰서 밖으로 유인해 긴급체포한 뒤, 허위 수사 기록을 작성해 구속까지 이르게 한 현직 경찰관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병철)는 14일 경찰관 A씨(43·경위)를 직권남용체포, 공전자기록등위작·행사, 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씨가 긴급체포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피의자를 체포하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수사 기록까지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 5월 특수절도 사건 수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A씨는 5월 21일 발생한 특수절도 사건 피의자 B씨를 수사하던 중, 다음 날인 5월 22일 B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B씨는 구속영장이 발부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의 보완수사 과정에서 긴급체포 경위에 문제가 드러났다. B씨는 검찰에 송치된 당일 진행된 인권보호관 면담에서 “경찰관에게 자진 출석하겠다고 약속했고 경찰서에 도착했는데 경찰관이 밖으로 나오라고 한 뒤 갑자기 긴급체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진술을 토대로 통화 내역과 경찰서 방문 기록,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B씨는 긴급체포 전날 A씨에게 자신의 인적 사항을 알리고 자진 출석을 약속했으며, 경찰서로 이동하는 과정과 도착 사실도 A씨에게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A씨는 B씨가 경찰서 안에 들어간 뒤 밖으로 나오도록 한 뒤 인근 지하철역 방향으로 이동시켜 체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과정이 적법한 긴급체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법관의 영장 없이 신체를 제한하는 예외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은 최근 자진 출석한 피의자를 경찰서 앞에서 체포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자진 출석한 피의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체포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검찰은 B씨에 대한 구속 상태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지난 6월 1일 구속을 취소하고 석방했다.
“탐문 수사 중 우연히 발견” 거짓 작성
A씨는 긴급체포 과정뿐 아니라 압수 절차도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긴급체포 당시 B씨로부터 특수절도 피해품 일부인 현금을 압수한 것처럼 압수조서와 압수수색검증영장 신청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B씨는 훔친 현금 일부를 게임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돈을 게임장 업주에게 보관해 둔 상태였다. A씨는 B씨를 체포한 뒤 인근 은행에서 게임장 업주로부터 보관금을 받아 압수했지만 마치 체포 현장에서 B씨로부터 직접 압수한 것처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는 긴급체포서에 “탐문 수사 중 노상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법관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긴급체포했다”고 기재했다. 검찰은 이 내용 역시 실제 체포 경위와 다른 허위 내용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A씨를 기소하면서 B씨는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긴급체포와 긴급압수는 법관의 영장 없이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제한하는 예외적인 강제처분”이라며 “앞으로도 송치 사건을 충실히 검토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형사사법절차에서 적법절차가 준수될 수 있도록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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