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월간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이 102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독일 중국 미국에 이은 세계 4번째 1000억달러 돌파다. 추세대로라면 연간 1조달러와 세계 4강 달성도 가시권이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4%대까지 높인 국내외 기관도 늘고 있다. 단연 반도체 덕분이다. 6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9.5%가 증가한 448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20대 주요 수출품목 중 컴퓨터, 석유제품, 선박, 화장품 등 18개 품목의 수출이 증가했지만, 반도체 비중이 전체의 43.8%다.

반도체 초호황에 올라탄 수출 기세가 놀랍지만, 안심해선 안된다는 경고신호가 곳곳에서 울리고 있다. 우선 인공지능(AI) 투자 심리의 극심한 변동성이다. 수출 실적이 발표된 1일 삼성전자(-5.84%)와 SK하이닉스(-3.40%) 주가와 코스피(-2.04%)는 크게 하락했고, 뉴욕증시 나스닥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각각 0.66%와 6.27%가 내렸다. 마이크론 주가는 무려 10.57%가 떨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글로벌 빅테크와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초거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의 AI투자와 자본 지출에 좌우되는데, 결정이 지연·조정되면 반도체 산업엔 직격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AI는 거대한 전환이자 혁신이지만, 유동성 수급과 금리·물가 변동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다면 단일 종목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반도체가 호황일수록 더 심각해지는 양극화도 문제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은 수출과 매출 증대가 곧바로 내수와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반도체와 비(非)반도체산업, 수도권과 지방, 고소득 전문인력과 일반 근로자 등 양극화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수출은 사상 최대인데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경영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반도체산업 실적으로 인한 막대한 이익이 경제 전반의 온기와 내수의 활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는 징후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AI 인프라 투자의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에 대비해 AI 모델과 피지컬 AI 등 서비스 연계 디바이스(온디바이스AI) 영역으로 성장엔진을 다변화해야 한다. 대기업과 반도체기업의 수출 성과가 중소·중견,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태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성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기댄 반짝 성장이냐 지속가능한 ‘구조적 성장’이냐의 갈림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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