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 가운데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주요국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2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중은 27.6%로 2017년(11.8%) 대비 15.8%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30.7%), 프랑스(26.4%), 영국(22.4%), 독일(12.9%), 일본(3.6%) 등 주요국도 증가했지만, 한국의 상승 폭이 가장 컸다. 고금리·고비용 등 외부 요인이 같은데 한국의 증가 속도가 유독 빠르다.

한경협 자료를 보면 당해 연도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일시적 한계기업’ 비중도 2017년 30.4%에서 2025년 43.9%로 크게 늘었다. 코스닥 시장의 한계기업 비중은 32.6%로 코스피(16.7%)의 두 배 수준이고, 증가 폭 역시 코스닥이 코스피의 2.7배에 달했다. 도소매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주요 업종 전반에서도 동반 상승이 나타났다. 특히 성장 산업으로 분류되는 정보통신업조차 한계기업 비중이 32.5%에 이르고,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은 36.8%까지 높아졌다. 일부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수익성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고금리, 환율 변동, 원자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기업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만 한계기업이 급증한 건 얘기가 다르다. 생산성 개선이 비용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비효율이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 문제는 개별 기업의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수록 정상기업의 투자와 고용 성장률은 0.14~0.18%포인트 낮아지고, 그 효과는 2~3년간 지속된다. 한계기업 25%를 퇴출하면 총요소생산성은 0.2%, 부가가치는 0.35%증가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그만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주요국은 위기 기업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도록 하고 있지만 한국은 금융 지원과 만기 연장을 통해 생존을 이어가게 하는 방식이 강하다. 그 결과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자원이 비생산적인 부문에 묶여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 이동할 여력도 줄어들게 된다.

반도체가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지금이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는 기회다. 관성대로 이어져온 비효율이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리할 필요가 있다. 빚으로 연명하면서 정상기업에까지 피해를 주는 기업은 적시 퇴출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명확한 잣대가 필요하다. AI(인공지능) 대전환 역시 이런 구조 전환이 뒷받침될 때 속도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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