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슬람국가(IS)는 연일 패퇴하고 있다. 최근에는 터키와의 국경지대 영토까지 상실해 외부로부터 인력과 자원을 수급받을 수 있는 통로까지 막혔다. 그러나 IS와의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이 지역에 전쟁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는 없다. 오히려 IS라는 공적(共敵)이 사라지면, IS와 싸우느라 잠복해 있던 여러 세력 간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IS와의 전쟁의 결과로 10개의 새로운 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며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세력 간 대결 시나리오 10가지를 소개했다.
갈등의 중심에는 쿠르드족이 있다. 쿠르드족은 전체 인구가 3000만~4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민족이다. 이들은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중동과 유럽 각지에 흩어져 박해를 받아왔고, 독립국가를 이루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에 각 나라에서는 쿠르드족의 세력이 결집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중 최근 갈등이 두드러지는 것은 터키와의 관계다. 터키는 오래 전부터 자국 내에 있는 2000여만 명의 쿠르드족이 독립하는 것을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여 왔다. 그런데 시리아 내전 기간 시리아 내 쿠르드족이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가 맞닿은 지역을 장악하면서 위기감이 더 고조됐다. 이에 지난달 24일 IS와 쿠르드족 양자를 모두 겨냥한 군사작전에 돌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시리아 내 아랍족으로 이뤄진 반정부군도 쿠르드족의 확장을 경계해 터키와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
시리아 쿠르드족은 시리아 정부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한 때 시리아 쿠르드족에게 무기를 지원하기까지 할 정도로 거리가 가까워진 적이 있었지만, 올해 3월 쿠르드족이 시리아 북부에 자치정부 설립을 선포하면서부터 관계가 악화됐다. 시리아 국토 전체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려는 아사드 정권으로서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도 비슷한 이유로 이라크 정부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미국의 지원으로 자치권을 확보, 북부지역에서 자치정부를 구성해 독자적인 정부와 의회, 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는 이라크 정부는 IS를 완전히 물리치면 해당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와의 알력까지 더하면 갈등의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문제는 쿠르드족 자체도 분열돼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독립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큰 틀에서의 목표만 공유할 뿐 나머지 성향은 제각각이다. 일례로 이라크 쿠르드는 크게 이라크계인 쿠르드민주당(KRD)와 이란계인 쿠르드애국동맹(PUK)으로 분열돼 있으며, 터키의 쿠르드는 온건세력인 인민민주당(HDP)과 강경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이 있다. 1990년대 KRD와 PUK가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을 펼쳤던 것 같은 일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쿠르드족 외에 아사드 정권도 또 다른 전쟁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있다. 상대국은 미국이다. 비록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어서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오래 전부터 아사드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해왔다. 또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시작한 터키 역시 아사드 정권과 충돌을 빚을 수 있다. 현재는 러시아와 이란이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고 있지만, 터키 쿠데타 사건 이후 러시아와 터키의 관계가 밀접해 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동맹 관계는 예측 외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리아-이라크 내의 이러한 복잡한 갈등요소는, 이 지역의 안보 상황을 IS가 처음 탄생하게 된 힘의 공백과 혼란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또 다른 IS, 혹은 IS의 후신과의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역내 정치적 화해와 안정을 고착화시키지 않은 채, 단순히 IS의 영토를 빼앗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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