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사태는 국민의 참정권을 훼손한, 결코 일어나선 안될 민주주의의 참사였다. 8일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는 나흘째 계속됐다. 정치권에서도 진상규명과 선거관리위원회 개혁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국정조사를 당론으로 정했다. 또 민주당은 필요하면 개헌까지 검토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선관위를 대상으로 한 종합특검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회에 국정조사 추진과 선관위에 대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 논의를 당부하며 정부도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선 선관위의 잘못과 책임을 철저히 가려내고 마땅한 징계와 처벌,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입법, 행정, 사법기관이 역량과 권한을 총동원해 선관위 제도의 대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정조사와 특검은 물론이고, 법률개정과 개헌안 마련까지 완수해야 한다. 다만 여야는 물론 어떤 정치세력도 국가 체제와 공동체의 안정성을 해치는 정쟁이나 선동을 해선 결코 안된다. 무분별한 재선거 요구나 부정선거 음모론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고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수준에 맞는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선관위 조직의 난맥상과 부실선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22년 대선의 이른바 ‘소쿠리 투표’ 사건, 2023년 선관위 고위직 자녀 특혜채용 비리, 같은해 국가정보원 보안 점검 거부 논란 등이 이어졌다. 선관위 조직의 무능과 무책임, 일탈, 부패도 문제지만, 구조적 폐단이 근본 원인이다. 역대 중앙선관위의 수장은 대법관이었는데, 수행하는 일은 행정실무였다. 특히 정보기술, 사이버 보안, 데이터 분석, 물류 관리, 위기 대응 등 복합적인 행정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선관위의 헌법적 위상과 구성·인사·업무는 근본 한계를 노정했다. 부정·관권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태어난 선관위가 정작 행정기능에선 큰 결함을 갖게 된 것이다.

헌법상으로는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각 3명씩 위원을 임명·선출·지명하고, 위원 중 호선해 뽑는 선관위 구성방식이 지금에도 타당한지 검토해야 한다.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는 관행이 삼권분립 원리에 타당한지도 따져야 한다. 법률상으로는 ‘비상임’인 위원과 위원장 제도도 손봐야 한다. 보통 선관위 직원 내부 승진인사로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지위와 자격 요건도 법률로 재규정할 필요도 있다. 외부 감사와 감시 체계도 의무화해야 한다. 당장 법률을 개정해 개선할 문제인지, 헌법을 바꿔 해결할 사안인지를 따지는 것부터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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