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돌입 직전, 극적으로 임금·성과급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아직 노조 찬반투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일단 한국경제 전체를 긴장시켰던 반도체 생산차질 우려는 한숨 돌리게 됐다. 반도체 공급망과 수출, 증시, 국가신인도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도 떼기 전 영업이익을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노조 요구의 과도함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끝에 서로 한발씩 물러난 결과다.

노사가 파국을 피한 건 다행이지만 성과급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과 후폭풍이 결코 가볍지 않다.

합의의 핵심은 반도체(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제도 신설이다. 노사는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는 유지하되, 별도로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성과급을 10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지급 상한도 두지 않았다. 성과급 재원의 40%는 DS 부문 전체 임직원에게 공통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 안팎에 이를 경우 특별성과급 재원만 30조원이 넘는다.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기존 OPI까지 합쳐 1인당 최대 6억원 안팎의 보상을 받고, 적자인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역시 수억원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치열한 반도체 전쟁 속에서 인재 유출 방지를 위한 적절한 보상은 필요하다.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 보조금과 파격 처우로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핵심 인력을 붙잡는 것은 현실적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사실상 제도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논란의 소지가 적지 않다. 주주가치 훼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적자를 낸 사업부까지 거액 보상 대상에 포함되면서 ‘성과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기업 경영의 기본 원칙을 허문 것도 문제다. 성과급이 인재에 대한 차등 보상이라기보다 사실상 일반 보너스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런 요구가 다른 기업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 우려스럽다.

지금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은 오랜 시간에 걸친 끊임없는 투자와 연구·개발, 인내가 만들어낸 것이다. 반도체산업은 특히 업황이 좋을 때 벌어들인 이익을 다음 세대 기술과 생산시설에 다시 투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이다. 지금의 초과이익을 바로 나눠 갖기 시작하면 미래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미래 세대의 몫을 뺏는 것과 다름없다.

중국은 국가 차원의 막대한 지원을 앞세워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보상 원칙을 바로 세우되, 이제 갈등을 넘어 초격차 경쟁력 유지와 미래 투자 확대에 더욱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정부도 국가 전략산업이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분명한 원칙과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


meelee@heraldcorp.com